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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패배, 아름다운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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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10  11: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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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준현

 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지방선거가 끝났다. 여당과 야당이 17개 광역단체장을 8대 9로 나누어 가졌다. 언론에서는 절묘한 균형이라거나 민심이 여도 야도 편들지 않았다고 평한다. 얼핏 그럴 듯한 해석처럼 들린다. 그러나 시선을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회, 그리고 정당 지지율 등으로 돌려 보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여당이 상당한 차이로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야당이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다수를 차지한 서울에서조차도 정당 지지율에서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야당은 겨우 서울시장과 중부 지역 광역단체장 몇 자리를 얻었을 뿐이다. 민심의 절묘한 선택이라거나 승자도 패자도 없는 선거라는 말은 언론이 제멋대로 만들어 낸 이야기에 불과하고, 이 때문에 오히려 선거 결과가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여당 후보자를 찍었든 야당 후보자를 찍었든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 터이다. 나는 차라리 그 사연들이 궁금하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자들보다 더 주목받는 낙선자들이 있다. 바로 대구의 김부겸 후보와 부산의 오거돈 후보이다. 두 사람 모두 여당의 절대적인 텃밭에서 당선자와 큰 차이 없는 득표율을 기록하였다. 그런데 나는 언론이 두 사람을 똑같이 다루는 일이 또 쉽게 수긍되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새누리당 후보에 맞서 선전한 것은 맞다. 그러나 김부겸과 오거돈은 다르다. 김부겸은 대구에서 출마하기 이전에 이미 다른 지역에서 세 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된 경력이 있다. 그런데도 다시 국회의원이나 다른 선거직에 당선될 수 있는 쉽고 편한 길을 버리고, 지역갈등의 극복이라는 큰 뜻을 위하여 대구에 출마하였다.

이에 반해 오거돈은 부산시 부시장과 시장 권한대행을 지냈으며,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시장에 출마한 적도 있다. 그때는 열린우리당이 여당이었을 때의 일이다. 굳이 폄하하고자 하는 뜻은 아니지만, 오거돈은 쉽고 편한 길을 버리고 부산시장 선거에 나온 것이 아니라 다른 길이 없었을 뿐이라고 해야 옳다. 야당이 아닌 무소속 후보로 나선 일도 마찬가지다. 다른 지역이라면 무소속 출마가 더 어려운 길을 일부러 선택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여당 지지 정서가 강한 부산에서는 야당보다 차라리 무소속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아닌가. 하지만 그 때문에 오랫동안 야당을 지지해 온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여 오히려 지고 만 것은 아닌가. 그래서 나는 차라리 오거돈 후보가 더 적극적으로 안철수 대표와 함께 유권자들을 만났다면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안 대표가 광주에 올인 하느라 그럴 여유가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요컨대 김부겸은 강고한 지역감정의 벽을 넘지 못해서 졌지만, 자기를 버렸기 때문에 지고도 아름다운 패배가 되었다. 하지만 모든 패배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는 없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국민과 시민을 위하여 공복의 길을 가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가장 먼저 자기를 버려야 한다. 그런데 누구나 알면서도 막상 높은 자리에 오르면 못하는 일이 또 자기를 버리는 일인가 보다. 총리 후보로 지명되었다가 고액의 수임료를 받은 일로 물러난 일도 자기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법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자기에게 더 엄격해야 함에도 사사로운 이익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으니 말이다. 많은 고위공직자들이 취임 전부터 퇴임 후까지 가족과 측근의 비리로 곤욕을 치르는 것도, 남에게는 엄격하면서 자기 가족과 측근에게는 관대하였기 때문이다.

자기를 버리기 위해서는 나를 버릴 뿐만 아니라, 가족과 측근을 버리고, 소속 정당도 버리고, 심지어는 나를 찍어 준 유권자도 버려야 한다. 물론 이제는 선거가 끝났으니 유권자에 대한 신뢰 따위는 헌신짝처럼 버리고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라는 뜻이 아니다. 나를 지지한 유권자들만을 위한 정책을 버리고, 다른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더 보듬는 정책을 펴라는 것이다. 시장이든 구청장이든 이번에 당선된 단체장들께 꼭 드리고 싶은 당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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