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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업계의 유한양행이 꿈”[인터뷰] - 백호정 선형상사 대표
장윤원 기자  |  cyw@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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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20  16: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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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정 선형상사 대표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부산신발 업계와 지체 장애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작은 기술학교를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장윤원 기자)

일본에선 2대, 3대를 이어나가는 기업이 많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기업을 쉽게 찾아 보기 힘들다. 하물며 황금기를 지나 사양산업으로 평가받는 신발업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백호정 선형상사 대표는 작은 구두점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받아 이를 사업화 시키는데 성공했다.

백 대표는 구두 장인이던 아버지로부터 기술을 이어 받았지만 번듯한 회사를 물려받은 것은 아니었다. 20여 년 전 백만원 남짓한 돈을 가지고 서울에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던 그는 신발 공장에서 먹고 자며 자신만의 기술을 키웠고 오늘날의 선형상사를 만들어냈다.

또한 부산신발 업계의 산 증인과도 같은 그는 부산신발이 가진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신발집약단지를 언급했다. 분명 지난해 부산시가 만든 신발집약단지가 있음에도 왜 신발집약단지를 꼽았냐고 묻자 전문가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지금의 신발집약단지는 몇몇 완제품 제조업체들만 들어가 있을 뿐 몰드나 라스트와 같은 핵심적인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들어가지 않아 집약단지로서 얻을 수 있는 물류비용 감소와 같은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 맞춤형 신발을 만드는 만큼 그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 고객들도 많았다. 그는 평생 고무 슬리퍼만 신을 수 밖에 없었던 장애인 고객을 만났을때 이 분 신발을 못 만들면 공장을 닫는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완성된 신발을 직접 집까지 배달해 드렸을때 슬리퍼 대신 신발을 처음 신어본 고객의 펑펑 우시는 모습이 가슴속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은 없냐고 묻자 “내과 의사 한분이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에 따르면 그 의사 고객은 선형상사의 신발을 엄청 마음에 들어하면서 10켤려나 주문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진정 걸작이다. 그는 그 의사분이 “아무래도 이렇게 장사해서는 망할꺼 같으니 없어지기 전에 10켤래를 사둬야겠다”고 말했다며 연신 마음이 편해지는 웃음을 지었다.

이어 이상적인 기업상에 대한 질문에는 망설이지 않고 ‘유한양행’을 꼽았다.

그는 “기업으로서의 기술력이나 건실한 재무상태도 좋지만 가족이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등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기업이기 때문에 신발업계의 유한양행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백 대표는 본인은 자녀가 없기도 하지만 아내나 부모님 조차 회사에는 절대 찾아오지 못하게 한다고 귀뜸했다.

앞으로의 꿈 역시 이런 성향과 맞닿아 있었다.

백 대표는 “지체장애인을 위한 작은 학교를 세우는게 앞으로의 목표”라고 답했다.

그는 “부산의 주요 산업으로 신발 산업이 꼽히지만 정작 부산에서 제화기술을 승계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라스트가 신발제작의 뿌리가 되는 만큼 이를 통해 번 돈과 기술을 활용해 지체장애인을 위한 신발 기술학교를 세운다면 지체 장애인이 직업을 가질 수 있고 부산 신발 업계로서도 기술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인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기술은 물론 회사 재산 일부까지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진정 부산 신발업계를 생각하는 장인의 풍모를 느낄 수 있었다.

장윤원 기자 cyw@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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