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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항 재개발, 킬러 콘텐츠·접근성이 관건이다
김형준 기자  |  samic8315@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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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10  10: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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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북항 재개발 전경 모습.

집객 효과 큰 시설 유치해 사람 몰리게 해야
철도 조차장·컨테이너 장치장 이전 필요

올해로 개장 140주년을 맞이한 부산 북항에서 우리나라 항만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공사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개항 이후 일반인에게 굳게 닫혀 있던 부두가 있던 자리를 누구나 찾아가 즐길 수 있는 해양관광지로 변모시키는 사업이다.

항만 재개발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다. 일반화물을 취급하다 부산 신항으로 기능을 넘긴 1, 2부두와 중앙부두 일대 152만㎥가 재개발 대상이다.
 
2001년 해양수산부가 부산 신항의 선석을 기존  24개에서 30개로 늘려 북항의 컨테이너 부두 기능을 신항으로 넘기고 북항을 시민 친수공원으로 재개발하는 구상을 처음 내놓았고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항 재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 전에 북항을 시민에게 돌려달라는 지역사회의 요구와 건의가 꾸준히 이어졌다.
 
2006년 12월에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국제적 랜드마크로 조성’을 기본 목표로 재개발 마스터플랜이 제시됐고 이듬해 시민설명회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거치고 나서 부산항의 운영과 관리를 맡은 부산항만공사가 재개발사업 시행자로 지정됐다.
 
호주의 달링하버가 기능을 다하자 지역사회의 요구에 따라 뉴사우스웨일즈주 정부가 재개발 계획을 세우고 관련법을 제정해 전담할 공사를 설치해 사업을 추진하도록 지원한 것과 비슷하다.
 
북항 재개발은 기반시설에만 국비 1000억원을 포함해 2조388억원이 투입되는 대역사이다. 유치할 민자까지 합치면 8조5000억원에 이른다.
 
계획수립 과정에서 환경친화적이고 사람 중심의 ‘시드니형’과 상업시설 위주의 ‘두바이형’ 어느 쪽이 적합한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민은 아름다운 수변을 배경으로 관광과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하기를 원했고 여러 차례 열린 전문가 원탁회의를 거쳐 계획에 반영됐다.
 
재개발 대상지의 70%에 공원을 비롯한 공공시설이 들어선다. 상업시설이 차지하는 면적은 30%에 불과하다.
 
정현돈 부산항만공사 재개발단장은 지난 4일 “공공시설 비중이 이렇게 높은 항만 재개발은 세계에서 드물다”고 말했다.
 
재개발은 2단계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1부두에서 중앙부두에 이르는 1단계 구간의 호안축조와 매립공사는 97% 진척됐다. 내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1부두에서 연안여객터미널까지 2단계 구간은 올해 상반기에 착공한다. 애초 계획으로는 2019년에 준공할 예정이지만 수면 매립을 줄여 해안선을 보존하고 친수공간을 넓히는 안을 검토하고 있어 늦어질 수도 있다.
 
시드니 등 사람과 환경친화적으로 개발한 사례로 꼽히는 외국의 항만처럼 북항 재개발지역도 수변공간을 많이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재개발지역 한 가운데 인공섬을 만들고 수로 주변을 공원과 녹지로 조성한다. 공원과 녹지 비율이 23%에 이른다.
 
해양문화지구로 이름붙인 인공섬에는 부산시가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한다. 민자를 유치해 복합리조트와 같은 랜드마크 시설도 세울 계획이다. 마리나 시설을 만들어 부산의 해양산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여건은 녹록지 않다. 복합리조트는 롯데그룹이 중도에 포기해 버렸고 다른 투자자가 아직 나서지 않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큰데다 6000억원에 이르는 땅값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항만공사는 매각 방침을 바꿔 장기임대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우예종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부산시와 함께 사업홍보(IR)팀을 꾸려서 외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에 나서되 그들의 요구조건을 최대한 수용하는 쪽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마리나사업도 2011년에 싱가포르 회사가 투자의사를 밝혔다가 포기한 이후 민간사업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
 
항만공사는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민간사업자에게 운영만 맡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보행 덱을 통해 부산역과 연결되는 자리에 들어설 복합환승센터도 민자로 짓기로 하고 사업자를 공모할 예정인데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이런 시설들이 지연되면 북항 재개발 지역은 한동안 황량한 상태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집객 효과를 높여 사람이 몰리게 하는 이른바 독창적인 킬러 콘텐츠에 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우 사장은 “땅을 놀리는 한이 있더라도 목표와 비전에 어울리지 않는 콘텐츠를 억지로 채울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땅을 팔기 위해 기존에 있는 시설이나 기업을 이전해오는 일은 하지 않겠다”며 “완전히 새로운 시설과 기업을 유치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는 게 재개발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북항은 왕복 8~10차로의 충장로와 부산역의 철도 조차장 및 컨테이너장치장 때문에 기존 도심과 단절된 상태여서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큰 과제이다. 1000억원을 들여 충장로와 철도 위에 부산역으로 이어지는 보행 덱을 건설할 계획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시드니항과 같은 자유로운 접근은 엄두도 못낸다.
 
장기적으로 철도 조차장과 컨테이너 장치장이 외곽으로 이전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는 부산역 지하화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북항 재개발은 이번으로 그치지 않는다. 북항의 컨테이너 부두 기능이 신항으로 점진적으로 통합되면서 생기는 유휴공간을 계속 새로운 용도로 변모시키게 된다.
 
해수부는 2020년 이후에 현 재개발지역과 인접한 5, 6부두를 부산역 일대와 연계한 상업·업무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쇠퇴한 항구와 산업공간을 주정부와 시드니시가 재개발하면서 단기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도시의 전체 기능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 성공을 일궈낸 달링하버 재개발 사례는 북항에도 유효하다.
 
폐쇄된 공간으로 있는 북항의 부두들이 재개발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개방되고 지역에 보탬이 되려면 정부, 부산시, 항만공사, 지역사회가 도시의 미래와 산업수요 등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시드니항이 부산에 주는 교훈이다.

김형준 기자 samic8315@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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