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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하는 예술 통해 따뜻한 위로와 자존감 회복 느껴야"[사람, 사람을 만나다] - (91) 김화진 장신구 작가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ileaders@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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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07  14: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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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진 장신구 작가가 그의 전시 및 작업공간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눈만 뜨면 새로운 것들이 우리의 관심을 유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이 시대가 다양성의 시대인 것처럼 보이지만 반면에 뜨는 것과 대박나거나 날 것 같은 것들에 쏠림 현상이 공존한다. 눈앞의 대박을 꿈꾸며 하루살이처럼 변신을 일삼는 상점들과 사람들이 똑 같은 옷을 입은 듯한 모습이 안타까운 요즘 한결같이 한 가지 업종이나 전공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귀하게 느껴진다.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하고 한길을 걸어오며 최근에 광안리에 전시와 작업 공간을 열고 대중 곁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온 부산 출신 김화진 작가(43·여·부산 남구 진남로)를 만나 그녀의 공예 사랑과 wearble art로서의 장신구가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디지털 시대에 공예의 필요성과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이번에 광안리에 공예 공방을 내시기까지 어떤 곳에서 어떤 작업을 주로 하셨는지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부산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나서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자 독일로 건너갔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자연환경, 작업환경, 선생님들 그리고 여러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예술장신구에 대한 성찰을 경험한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처음으로 자리를 잡은 곳은 범천동 귀금속거리의 한 회사에 소속된 작업실이었습니다. 선진국의 발전된 문화를 경험하였다고 해서 그 곳의 모든 부분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에 우선 부산의 장신구회사의 시스템을 파악하고 싶었습니다. 석 달간 소중한 사회경험을 한 후 같은 귀금속 골목의 독립된 공간으로 옮겨 작업을 계속 이어 갔습니다. 장신구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일반화 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전공자와 업체에 계신 분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힘들었습니다. 2년 후 대연동과 용호동에서 작업을 계속하다가 해운대달맞이 초입에 첫 장신구 갤러리를 오픈하려는 계획을 실행하던 중 갑작스런 결혼과 육아로 중단하고 8년이 지나 다시 돌아왔습니다.


- 요즘 공방이란 형태의 공간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데 이름은 같지만 공방 마다 성격이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공방은 어떤 공간으로 설계하셨는지요? 여기서 제일 하시고 싶은 일이 무엇입니까?

요즘 체험 공간을 목표로 하는 상업 공간으로서의 공방이 곳곳에 성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부분의 공간이 전공자가 아니면 학교 교육에서 체험하지 못한 분야이기에 아이들과 일반인에게 신선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제 STUDIO는 현재로서는 전적으로 제 개인의 작업 공간이고 가끔 기획된 전시나 세미나에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체험수업도 첨가하고자 합니다.

미국 최초 여성국방부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브로치외교로 유명합니다. 각국의 외교관을 응대할 때 이미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브로치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부드럽게 표현하기도 하고 때로는 강한 이미지로 기선을 제압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장신구란 낯선 사람과의 첫 대화를 이끌어내는 단초가 되는 탁월한 매개체가 되기도 하고 개인의 철학이나 세상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도 합니다. 또한 본인이 가진 부의 상징이 되기도 하며 얼마나 유행에 민감하고 세련된 사람인지 알리고 싶어 하는 일반적인 목적도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줄 가족들도 멀리 있고 반려동물과 나눌 수 있는 교감도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현대인이 위로받는 최후의 방법은 예술이라고 합니다. 저희 갤러리HOOA에 오셔서 언제 어디서든 몸에 지닐 수도 만질 수도 있는 여러 작가들의 장신구-착용하는 예술(wearable art)-의 매력을 많이 즐겨보시고 점점 외로워지고 소외되어져가는 우리의 인생사에서 따듯한 위로와 소통으로 손상되어져 있는 자존감 회복의 기회를 가지셨으면 합니다.


- 작업실과 전시장이 같이 있는데 작업은 혼자서 주로 하시나요? HOOA라는 공방의 이름은 어떤 뜻이 있는지요?

작품구상을 하는 장소이기에 주로 혼자 작업을 하고 생산량이 많을 경우 견습생을 두기도 하고 다른 공장에 의뢰를 하기도 합니다.

HOOA라는 공방이름은 독일에서 수학할 때 한 선생님께서 김화진이라는 제 이름이 발음하기가 어려우신지 계속 ‘김 후아진, 후아, 후아진’으로 부르셨어요. 난생처음 내 이름이 다르게 불리어 지는 것이 싫지 않았고, 한참 정체성에 대해 고민할 때여서 그런지 가끔 ‘Who are?’라는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선생님께 한국에서는 호를 스승께 하사받는데 앞으로 제 호를 후아(HOOA)라고 해도 되겠냐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하시며 기뻐하셨어요.


- 현재 전시된 작품들의 작가분들이 누구신지요?

갤러리 후아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가들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가죽을 활용한 장신구를 작업하는 신혜림 작가, 새·집·나무 등의 소재로 재미난 일상을 작품화한 전지혜 작가, 단조를 이용한 기물을 제작하는 김동현, 박성철 작가 등 중견 작가에서부터 대학원을 갓 졸업한 신인작가까지 다양한 작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앞으로 작가 섭외는 어떤 분야에서 어떤 방식으로 하실 예정인지요?

연중 개최되는 디자인 페스티벌이나, 공예트랜드페어를 통하거나 올해 개인전을 개최하시는 작가들의 전시를 통해 주로 섭외를 할 계획입니다. 이 외에 개인적으로 갤러리 후아와 소통을 원하시는 작가께서는 포트폴리오를 구비하셔서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 공방을 대로변에 내셨다는 것은 대중에 가까이 가시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내신 것으로 보입니다. 작품으로서의 장신구에 대중이 좀 더 흥미를 갖게 하시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고 계신지요?

작가 생활 20여 년 동안 저 또한 개인전을 통한 개인 콜렉터 위주의 작업과 학교 강의가 대부분의 활동이었는데 최근 몇 년 간 공예트렌드페어·차공예박람회·디자인페스티벌 등 일반인과 소통할 수 있는 활동을 하다 보니 예술장신구분야에 있어서 대중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으며 자신의 작업세계만 고집해온 작가로서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작가와 착용자가 함께 완성하는 방식의 디자인을 기획하기도 하고 갤러리 쇼윈도에 작가작업과정을 영상으로 상시 소개함으로써 대중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합니다.


- 요즘 학교마다 공예학과을 비롯한 순수미술학과가 점점 없어지는 추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개인적으로 후진 양성 프로그램이 있으십니까?

우리나라 예술교육이 지나치게 양적으로 팽배해 있었던 점은 오랜 기간 우려 되어왔던 문제였습니다. 진정한 미래 설계보다는 진학과 취업 목적에만 치우쳐 있는 현 정부의 교육방식이 작가도 아닌 디자이너도 아닌 판매자도 아닌 기형의 전공자만 속출 해 내는 것이 반복 되어지는 것 같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의 일반화로 모든 생활에서 손을 쓰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손과 마음과 정신의 숙련으로 이루어져야하는 공예교육의 미래에는 엄청난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기대하는 교육에는 서로 많은 무리수가 발생할 것 같습니다. 장기간 숙련의 기간에 대한 이해가 저와 통하는 성실한 작업자가 교육받기를 원한다면 고려해 볼 의사가 있습니다.


- 일반인이 공예와 가까워지는 법과 이를 위해 예술인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작가로서 여러 방면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을 구상함으로서 구매하고 사용함에 있어 전혀 망설임이 없으면 좋겠지요. 하지만 예술작품이라는 것이 작가 고유의 감성으로 독특한 이미지를 형상화 한 것이기 때문에 특히 대중과 소통하고자하는 공예분야에서는 오랜 숙제이기도 합니다. 작가입장에서 만들고자 하는 작품과 구매자 입장에서 사용하고자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눈높이에 항상 관심을 기울이고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는지요?

예전 작업에서는 나와의 대화를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형상화하기도하고 그 발상의 연계로서 인간의 관계와 소통에 관한 작업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요즈음은 대부분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고 있습니다. 땅콩껍질을 한바구니 가져다 놓고 하나하나 관찰하기도 하고 바닐라 껍질, 유목, 야생식물의 줄기·넝쿨·가시 등 마르고 낡아있지만 생명의 강인함과 세월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형상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습니다.


- 디지털시대에 공예를 전승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손가락 한두 개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동시에 디지털문화 외의 다른 문화들은 점점 접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디지털 문화에 길들여진 세대들은 손으로 하는 일들을 배울 시간이 없고 자신감도 없어지기 마련이지요. 그런 이유로 FACEBOOK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의 경우 자기 딸에게는 13세가 될 때까지 페이스북을 못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손맛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직접 어머니의 정성어린 손맛으로 만들어진 집밥을 그리워하고 방송에서는 다양하고 화려한 셰프 문화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량생산된 물건들의 흔하고 차가운 기계미에 염증을 느낀 대중들이 핸드메이드 제품들을 찾게 되면서 매니아 층이 생기게 되고 잠시나마 손으로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공방들이 트렌드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손을 사용하지 않는 문화 속에서 자라나는 세대에서는 창의력이나 인간과 사물에 대한 경외심을 기대할 수 없고 따라서 가치관도 파괴되므로 공예문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듯합니다. 선진국 국민이 느끼는 행복의 기준은 자신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와 예술의 질적인 수준이지 IT발달의 정도가 아니거든요.


- 부산의 공예작업 환경과 시장분위기는 어떤가요?

장기간 이어지는 경기침체와 지속적이지 못한 예술지원으로 부산의 공예작업 환경은 날로 열악해 지고 있습니다. 공예시장 또한 값싼 시장제품과 고가의 골동품시장으로 양극화 되어가는 상황입니다. 한류문화의 영향으로 중국 관광객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파악되지 못한 문화차이 속에서 판매율은 역시나 저조하다고 합니다. 작가들의 핸드메이드 제품들은 중국에서 대량으로 유입되는 저가제품으로 가격경쟁에서 밀리고 오랜 세월 전승되어온 골동품과의 경쟁에서도 그 기능을 인정받기 힘든 실정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을 비교평가만하고 생활과 거리를 두는 문화 속에서는 다음세대를 위한 수공예의 역사와 전승은 없을 것입니다.


- 공방을 가지는 것이 꿈인 작가들이 많은데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유지해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선생님도 이런 고민을 해오셨을 테고 어느 정도 답을 얻으셨기 때문에 공방을 여셨으리라 짐작이 갑니다.

예술성과 상업성의 균형 문제는 끝없는 고민일 것 같습니다. 고민에 대한 답을 얻었다기보다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대중과 소통하려합니다. 소통 없는 일방적인 해답은 생명력이 짧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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