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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위험사회[리더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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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01  15: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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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인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국립 부곡병원장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 교수는 한국 사회를 ‘특별한 위험사회’라 불렀다. 한국은 유럽이 150여년에 걸쳐 이룩한 근대화를 불과 20-30년 만에 압축적으로 이루어냄으로써 거기에 내재된 수많은 위험 요소를 해결할 시간이나 여유를 갖지 못해 많은 위험요인을 안고 있는 사회란 뜻이다. 자본과 천연자원이 빈약한 환경에서 근대화에 대한 우리의 강렬한 열망은 축지법이라는 압축기술을 낳았다. 한국 사회는 과정보다는 성과를 중시하고 성장지상주의에 매몰되어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고 역동적으로 변했다. 결과적으로 전통과 근대화가 혼재하면서 근대화에 상응하는 사회적 가치관이 부재하였다. 세계사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고도의 압축성장은 과도한 자신감과 자만심으로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하였고, 결과적으로 고도 성장이 우리 사회를 ‘특별한 위험사회’로 내모는 역설을 낳았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위험사회(Risk Society)를 넘어 재앙사회(Catastrophic Society)로 가는 불길한 전조(aura)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번 참사가 몇 사람의 실수에 의한 단순한 선박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동안 안고 있던 모든 사회적 병폐와 병태의 종합 축소판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세월호 참사를 어느 특정 정권에 국한된 과오로만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특정 정권에 관계없이 이런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히 있어왔고 또 실제로 일어나기도 했다. 우리 사회가 재앙사회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사회적 적폐를 일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범국가적 차원에서의 총체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대통령이 국가개조론을 언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어떤 사회에서도 사고는 존재한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사고는 예기치 않게 시스템적으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사고를 조사한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패로우(Charles Perrow) 교수는 이를 ‘정상사고(Normal Accident)’라 불렀다. 고도의 복합기술에 내재된 위험적 요소 때문에 고위험기술(high risk technologies)을 사용하는 선진국에서도 위험사회의 속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시스템이 합리적으로 잘 정비되고 투명하게 작동되는 선진국에서는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잘 성찰한다. 반면에 후진국에서는 위험에 대한 개인이나 국가의 책임성이 결여되고 반성적 성찰도 없어 유사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이런 사회를 두고 재앙사회라 일컫는다.

세월호 참사에 투영된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떤 사회일까? 세계 10대 무역국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사고 원인이 원시적이고 즉물적이며 과거 유사 사고의 원인과 하나같이 빼 닮았다. 정부와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 간에는 서로 연줄로 얽혀 규정이 무시되고 정상적인 시스템이 작동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복합적인 고위험기술의 사용에 따른 예기치 않은 사고가 아니라 얼마든지 예방 가능한 매우 원시적인 인재다. 사고의 위험에 대한 개인이나 국가의 책임성이 결여되다 보니 누구하나 책임지겠다는 사람이나 기관이 없다. 울리히 벡 교수는 한 일간지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는 인류학적으로 쇼킹(shocking)한 사건으로서 ‘특별한 위험사회’인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는 위험사회를 넘어 재앙사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서라도 총체적 변화를 도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재앙사회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당연히 국가적 차원에서의 총체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국가 개조 수준의 개혁 약속과 국가안전처 신설을 우리는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한다. 그것에 못지않게 개인 스스로의 책임 있는 행동 또한 중요하다. 모든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책임감이 결여된 개개인들의 이기적 행동과 안전의식의 부재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이를 다시 한 번 명확히 입증해주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서 그에 합당한 처벌을 통해 사회적 치유를 도모하는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개개인 스스로가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것이다. 필자가 선진국에서 경험한 안전의식의 사례다. 공동주택은 정기적으로 화재 등에 대한 안전 점검을 받는다. 방문 일시를 예고하고, 방문 일시에 부재할 경우에는 사전에 연락을 취해야 하며, 아무런 연락 없이 방문 일시에 부재할 경우에는 벌금을 부과한다. 우리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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