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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내용, 문체 등을 프랑스 독자도 공감할 수 있어야”[사람, 사람을 만나다] - (83) 이태연 번역가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ileaders@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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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28  17: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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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한 이태연(48·여·서울시 서초구) 번역가를 만났다. 이 상은 외국어로 번역된 한국 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상으로 한국문학번역원이 매년 전년도 해외 현지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발간된 작품들을 심사하여 선정한다. 한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를 프랑스어로 번역한 그에게서 한국 문학 번역의 가능성과 번역이라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한국 소설을 프랑스어로 번역하셨는데 프랑스에서 한국 문학 수요는 어떻습니까?

한국문학작품의 수용이 다른 나라보다 프랑스가 더 쉬운 편입니다. 유명출판사에서도 한국문학을 출판하고 있다는 점도 고문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한국문학축제도 개최되며 특히 내년 파리 국제도서전의 귀빈국도 한국이어서 아시아의 한 문학이 아닌 한국문학으로써 한 자리를 매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몇 작품의 경우 문고판으로 재 출판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수요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


- 작품 선정을 어떻게 하셨는지요?

사실 작품 선정이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제가 문학번역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에 등록했습니다. 심화과정 중에 김중혁의 “악기들의 도서관”중 한 단편을 작업하였는데 함께 수강하던 번역가들이 이 단편집을 같이 번역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고 처음으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주관하는 번역지원 대상작으로 선정되어 작업한 후 출판되었습니다. 그 다음 작품을 찾을 때 제가 원했던 것은 너무 정치적이지 않고 너무 시대적인 성향도 강하지 않고 보편적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단편집도 이제는 프랑스에서 그다지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도 배제를 하였습니다. 그러다 찾은 작품이 한강의 “채식주의자”였는데 저작권을 문의하던 중 이 작품이 이미 대산재단에서 주관하는 번역지원 대상작으로 번역중이라는 사실을 접하고 다른 작품을 찾다가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지원 제도가 변경되면서 번역원에서 지정한 작품 중에 한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라는 소설이 번역지원대상도서로 선정된 것을 보고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제가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작가이다 보니 번역하기 어려운 작품이기는 하였지만 주저 없이 덤벼들었던 것 같습니다.


- 번역가님이 보시기에 우리나라 작가들 중에 타 작가들에 비해 프랑스에서 잘 받아들여질 작품들을 쓰는 작가들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좋은 작품의 경우는 어디서든 잘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변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알려지지 않았던 이승우 작가의 경우는 번역 작품이 프랑스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오히려 한국에서 재조명되기도 했습니다.


- 번역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알고 싶습니다. 원래 전공은 불문학이시죠? 번역 관련 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한국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희곡을 전공했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통번역 일을 시작했지만 특별히 번역 관련 공부를 하지는 않았는데 문학 번역을 하고 싶어 하던 중 우연히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아카데미에 대한 정보를 듣고 2008년에 수강을 하게 되었습니다. 매학기 한 단편을 선택하여 지도교수와 함께 번역작업을 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 프랑스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과 비교해서 상이한 점은 무엇일까요?

우선은 혼자 작업을 하느냐 공동 작업을 하느냐의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불한소설번역은 2012년에 작업을 하고 2013년에 출판된 “내가 바로 내일의 스타”가 있습니다. 소설번역이라는 것이 내용 전달도 중요하지만 결과물의 문학성이 아주 중요합니다.

한국어로 번역할 때는 이 두 부분을 다 주의하여 작업을 해야 하고 프랑스어로 번역할 때 저는 원작의 해석, 작가의 문체나 의도 등을 상세히 공역자에게 전달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공역자는 문학적 작품으로 탄생하도록 작업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시작은 제가, 마무리는 공역자가 책임지는 것이죠.


- 독자가 읽기 쉬운 번역 아니면 원문에 충실한 직역, 번역가님이 한쪽으로 기운다면 어느 쪽일까요?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독자가 읽기 쉽도록 번역해야 하는 것이 맞기는 하지만 원문에 충실해야 하되 직역은 좋은 번역이 아니며 독자가 읽기 쉬운 번역도 좋은 해결책은 아닙니다. 한국 독자가 읽어서 느끼는 원작의 내용과 작가의 문체 등을 동일하게 프랑스 독자도 느낄 수 있는 번역을 하고 싶습니다.


- 문화적 차이를 표현할 때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해결을 하시는지요?

예전과 달리 한국문화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서 가급적이면 원문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면, 김치, 마루, 소주와 같은 경우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는 단어이기 때문에 한국어를 그대로 사용합니다.(kimchi, maru, soju) 찜질방의 경우는 문맥에서 크게 중요하게 사용되지 않는 경우 ‘사우나’ 또는 ‘대중탕’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jjimjilbang‘이라고 표기하고 사우나를 하는 곳이지만 잠도 잘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문맥에서 설명을 합니다.

음식은 한국어를 그대로 쓰기도 하고 프랑스어로 번역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선택합니다.

소설이기 때문에 주를 다는 것은 피하고 마지막에 이 단어들을 따로 모아 어휘집을 만듭니다. ‘고개를 끄덕이다’ 또는 ‘고개를 젓다’는 긍정 또는 부정이라는 설명을 덧붙여 표현합니다.


- 수상 작품의 번역 기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그리고 번역과 감수 과정이 굉장히 궁금합니다.

번역하는 데는 1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제가 1차 번역을 한 후 공역자는 그 번역물에 대해 감수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모든 작업은 이메일을 통해 진행했습니다. 1차 번역은 최대한 원문에 가깝게 번역합니다. 그 작업물에 대해 공역자는 수정 및 제안을 하고 이해를 못한 부분은 ‘?’로 표시하여 보내줍니다. 수정 및 제안한 부분이 제가 원하는 방향이면 수용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시 설명을 첨가하여 제가 다른 제안을 합니다. 이해를 못한 부분도 마찬가지구요. 그렇게 몇 번 메일을 교환하여 어느 정도 교정이 완료되면 문체라든지 시제에 있어서는 공역자가 마무리합니다. 원문에서 내용이 모호한 경우에는 작가에게 문의합니다.


- 감수자와 의견 충돌이 생길 때도 있었는지요?

의견 충돌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번역하고 제안하고 수정하고 반박하는 토론의 연속입니다. 저는 아무래도 원문에 충실하려고 하고 공역자는 프랑스적 표현을 구사하려고 하지요. 대부분은 공역자가 제안하는 문장을 수용하는 편이지만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각자 기호가 다르다 보니 서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합니다.


- 루 포카르 교수님과는 어떻게 작업을 같이 하게 되셨는지요?

번역아카데미 지도교수인 최미경 선생님이 파리3대학 ESIT에 다니실 당시 은사님이셨습니다. 퇴직 후 세미나로 한국에 오셨을 때 한국문학번역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번역작업을 하고 싶어 하신다며 저희 수강생들에게 연락처를 주셨습니다. 저는 당시 한강 작품을 선택한 후 적합한 공역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연락처를 받고 바로 메일을 보냈지요.


- 번역을 업으로 삼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주신다면?

여러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언어만 알아서는 번역을 할 수 없습니다.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분야를 접한다면 좀 더 좋은 번역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일반대학을 나와서 우연한 계기로 번역 일을 하게 되었지만 통번역대학원도 번역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번역기술을 배울 수 있기도 하지만 번역시장에 진입하기도 용이하지요.


- 번역이 3D업종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던데 정말인가요?

솔직히 맞습니다. 최근에 번역사무소가 난립하고 있고 서로 경쟁하다 보니 번역료도 저렴해졌습니다. 일반 회사에서는 번역료를 절감하기 위해 입찰경쟁을 하고 그 때문에 저와 같은 개인 번역사들의 입지가 많이 낮아졌지요. 무엇보다도 번역의 중요성에 대해 무지합니다. 시간과 그에 대한 가치를 높여야 번역의 질도 향상이 되는데 말입니다.


- 지금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지 그리고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요?

번역지원제도가 변경되어 이전에는 번역지원대상작으로 선정이 되면 계약을 체결해서 완역을 하였으나 번역한 쟉품이 출판이 되지 못한 경우가 있어서 번역지원대상작으로 선정이 된 후 출판사 배포용 샘플 번역을 한 후 출판사와 계약이 이루어져야 이 소설 전부를 번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 초에 이장욱의 “천국보다 낯선”이 번역지원대상작으로 선정되어 이달 말에 번역샘플을 마무리해서 제출한 후 출판사가 결정되면 내년에는 이 소설을 완역할 예정입니다.

만약에 출판사가 결정되지 않으면 아직 이런 저런 소설을 읽고 있어서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작품을 번역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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