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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언제나 하늘이 열려있고 바람이 불었다.[낙동강 강바람이 풍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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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25  11: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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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미
화가

낙동강 하구언의 을숙도에 있는 에코센터에 가려면 지하철 2호선 하단역에 내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야했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와 홍보 프로젝트를 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낙동강은 역사와 삶의 장소이자 나에게 추억이 서린 곳이다. 더군다나 부산 시민의 식수 공급원이자 천연생태습지구역으로써 환경교육의 장이자 관광명소이며 휴식의 장소이기도하다.

한겨울 추운 날씨임에도 햇볕은 따뜻하고 조용했다.

거대한강물은 파란 하늘과 만나 여전히 은빛으로 바다에 연이어 있었고 떠다니는 섬 마냥 갈대밭을 품고 있었다. 짙은 빛깔의 흙과 갯벌 그리고 철새들의 먹이인 머리 잘린 새섬매자기는 갈대 너머로 푸릇푸릇 잔디처럼 자라고 있었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에 낯설은 풀빛 풍경이었다.

갈대 뒤에서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새 발자국들이 얽혀서 뒤뚱거리며 길을 따라 흔적을 남겨놓았다. 겨울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푸드득거리며 점점이 하늘로 날아올라 사선과 나선으로 줄을 긋고 있었다. 갈대 서걱이는 소리가 변함없이 눈앞에 흔들려오면서 마치 변하지 않는 한 장의 그림이 되었다.

그때 곁에서 함께 했던 에코 소장의 탄성과 그 큰 눈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하얀 고니들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하늘을 완전히 뒤덮는 광경은 대단해요. 가까이 날아오르는 크고 육중한 소리와 날개짓은 꼭 봐야 해요. 얼마나 멋지고 우아한지요...” 그분의 관심어린 사랑과 열정을 바라보면서 에코 홍보 프로젝트 부탁을 반가이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삼십여 년 전에도 변함없었던 하늘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노을의 찬란함과 신비가 있었다. 강바람을 맞으면서 풍경을 그리기 위해갈대밭에 군데군데 이젤과 캔버스를 펼치던 엣 기억이 난다. 은빛으로 드러누운 강물, 하늘에 이어지는 철새들의 긴 행렬, 강나루의 나룻배 풍경과 멀리서부터 갈색의 서걱이는 소리, 희미하게 분홍빛으로 번지는 청춘의 웃음소리와 노랫가락. 붉은 노을과 깊어가는 밤이 보였다.

여기는 노래 소리와 어우러졌던 낙동강의 낙조와 갈대밭을 오가던 낭만이 있었고 청춘시절 갈대밭 미팅이나 데이트 한번쯤은 하던 추억의 장소였다. 부산사람이면 누구나 낙동강 을숙도 갈대밭과 하단의 통기타 주점들을 기억할 것이다. 이제 이곳에 대한 옛 추억은 나의 인생에서 새로운재회가 되었다. 화가로서 이곳을 직접 기록하고 그려서 오가는 이에게 소중한 기억을 쥐어주고 싶다.

누군가가 “세월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라고 했다. 흘러간 흔적의 그리움이자 마음의 풍경이 현재에 새로운 모습과 함께 오버랩 되어 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리라. 우리의 삶이나 역사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소중히 여기고 간직하면서 다음으로 전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여행지의 기억을 가져다 주는 기념품처럼 낙동강의 이야기와 풍경을 간직한다면 마음의 풍경이 될 것이다. 사람들이 이곳을 들여다보고 이야기할수록 마음에 생생한 그림이 되어 남기를 기대한다. 화가인 나의 시선으로 그려진 부산의 냄새와 풍경을 오가는 이의 마음에 액자로 걸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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