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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를 믿으세요?
김현정 기자  |  khj@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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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12  19: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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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효 초대전…설치·회화 등 30여점
‘(신데렐라가 되고픈) 재투성이’ 전시
내달 8일까지 민주공원 기획전시실서

   
잿더미 위에 호박 조형물과 컴퓨터 부품, 실제 호박나이트클럽 포스터 등으로 구성된 박경효 작가의 설치작품 ‘호박나이트’와 평면작업 ‘동학’(왼쪽 뒤).

‘입이 똥꼬에게’, ‘구렁덩덩 새신랑’ 등 그림책 작가로 더 잘 알려진 박경효 화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에 들어서자 작가가 먼저 투표를 하라고 권한다. ‘그림 감상하는 전시장에서 웬 투표’ 싶었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기표소로 향했다.

‘신데렐라를 믿습니까’라는 질문에 예 또는 아니오 중에서 선택해 유리구두가 아닌 황금색 하이힐(안전문제로 부득이하게 유리구두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한다)의 뾰족한 굽에 빨간 인주를 묻혀 용지에 꾹 눌러 찍고, 투표함에 넣은 후 신데렐라 그림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으면 신성한(?) 한 표를 행사가 끝난다. 또한 전시회의 첫 번째 작품 ‘신데렐라를 믿습니까?’를 함께 만들고 감상한 것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인터렉티브 아트(interactive art)로 관객이 직접 참여해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사실 무언가를 믿느냐는 물음에 다수결투표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역설적 상항이다. 작가는 “이제까지 우리가 한 투표가 권리행사보다 이런 역설적 상항이 아닐까”하는 의문에서 작품을 구상했다. 장난처럼 하게 되는 예술 체험을 통해 현실에서의 ‘투표’를 한번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이 재미있는 전시는 부마민주항쟁 36주년 기념 박경효 작가 초대전 ‘(신데렐라가 되고픈) 재투성이’로 다음달 8일까지 부산민주공원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총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재투성이라는 뜻의 신데렐라는 동화이면서 현대에서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동화 속 왕자님 같은 존재를 만나 이루어지는 갑작스런 신분상승을 나타내기도 한다. 박 작가는 전시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재투성이는 허황된 꿈(신데렐라)을 꾸지 말고 깨끗이 씻어라”라는 말로 간단하게 끝맺었다.

전시장에서 첫 작품을 지나 마주하게 되는 설치미술 ‘부마민주항쟁의 현장 게시판’은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커다란 호박 조형물이 있는 ‘호박나이트’가 보이고 다시 이를 넘어 회화 ‘동학’이 눈에 들어온다. 이 그림 속에는 해월 최시형이 머리 위에 밥을 이고 있다.

각각의 작품뿐만 아니라 이 작품들의 배치에도 작가는 자신이 하고픈 말들을 담고 있다. 부마항쟁에 겹쳐서 저 멀리 민초들이 자주적으로 근대화 시도했던 동학이 보이도록 했다. 그 사이에 보이는 ‘호박나이트’는 이번 전시의 핵심적인 작품이다.

이 섹션은 두 개의 설치작품으로 구성됐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우리 민족이 겪어온 근현대사가 마치 난리통 속에 재투성이 같다며 바닥에 까만 재를 흩뿌려놓았다. 그 위에 망가진 컴퓨터 등이 뒹굴고 중앙에는 커다란 호박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신데렐라가 왕자님을 만나러 갈 때 타고 간 금마차로 변한 호박일까?

또 다른 ‘호박나이트’는 나이트클럽의 포스터를 벽에 가득 붙어 있으며 그 앞에 무궁화와 용이 그려진 마네킹이 있다. 작가는 재투성이도 호박마차를 타고 호박나이트에 가서 조명 받고 부킹하면 신데렐라로 거듭날 수 있는지 묻는다. 이 작품에 사용된 포스터는 실제 동구 범일동에 있는 ‘호박나이트’에서 양해를 구하고 가져와 만들었다.

22점을 선보이는 ‘무궁화쑈-무궁무진말놀이꽃놀이시리즈’는 무궁화 꽃이 여러 인물과 동물, 물건들과 함께 그려져 있다. 또 무궁화와 각 소재들의 이름을 엮어 말놀이를 한다. 예를 들면 아리돌그룹 빅뱅의 가수 지용이 그려진 그림은 ‘무궁화(하)지용’, 춤추는 쇼걸 그림에는 ‘무궁화쑈’라는 식이다. 국가의 상징이기도한 무궁화 꽃을 재미있고 가볍게 접근해 친근하게 느끼도록 한다.

마지막 작품은 회화 ‘세신-때 한 판 밀어보슈!’로 미켈란젤로 3대 걸작 중 하나인 다비드상과 그리스 헬레니즘시대의 대리석 조각 라오콘상이 우리가 흔히 이태리타올이라고 부르는 때수건을 들고 때를 문지르는 그림이다. 서구문명에 대한 무조건적 추종을 꼬집고 쇄신(세신)할 수 없을까? 고민한다.

이외에도 천장에는 설치작품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는 ‘유언비어’ 섹션과 가을 금정산을 그린 ‘선견추경’이 있다.

회화를 전공한 박경효 작가는 2008년 유아 그림책 ‘입이 똥꼬에게’을 펴내 비룡소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했으며 그림책작가뿐만 회화,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20여년 넘게 부산을 기반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원도심창작공간또따또가 입주작가다.

오는 16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는 춤꾼 박은지의 ‘재투성이 춤마당’이 열리며 큐레이터 박수지가 진행하는 경매가 진행된다. 이 경매에서는 물론 그림을 판매하지만 중점은 재미와 전시의 의미를 찾는데 있다.

전시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입장료 무료.

문의 051-790-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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