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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음악가의 가장 큰 의무"[사람, 사람을 만나다] - (71) 첼리스트 이일세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ileaders@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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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05  13: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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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리스트 이일세 씨가 연주를 하고 있다.

해마다 10월이면 시내 곳곳에는 각종 문화행사가 열려 시민들에게 풍족한 볼거리·들을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부산문화의 전당인 부산문화회관은 각종 공연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근년에는 부산시향이 비약적 발전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시민들에게 제공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교향악단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부산시향의 첼로 수석을 맡고 있는 이일세( 37·남구 문현동)를 만나 음악 전반과 특히 첼로, 올해를 끝으로 한국을 떠날 예정(?)인 지휘자 리 신차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첼로를 하게 된 동기와 오케스트라에서 첼로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80년대에는 TV 방송국에서 밤 늦은 시간에 클래식을 방송했습니다. 우연히 TV를 보다가 현악4중주단의 공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첼로의 중저음 소리와, 사람이 노래하는 듯한 소리에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을 저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첼로는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저의 몸의 한 부분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지요. 어느 듯 첼로를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할 정도로 첼로라는 악기는 저에게 가족다음 으로 중요한 것이 되었습니다.ㅤ

첼로는 주로 중저음을 담당하지만, 때로는 바이올린, 비올라가 연주하는 고음역대를 연주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악기 중에 이렇게 넓은 음역대의 연주가 가능한 악기는 몇 개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는 고음역대를 연주하는 악기들과 저음역대를 연주하는 악기들을 잇는 척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첼로는 지휘자와 가장 많은 의견을 나누고, 오케스트라와 조율을 해야 하는 파트입니다.ㅤ

그리고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소리를 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작곡가들이 노래를 하는 듯한 선율에는 첼로를 많이 썼습니다. 즉, 첼로는 노래도 잘해야 하고, 저음 파트를 잘 이끌어야 하고, 또한 고음파트를 잘 받쳐줘야 하는 정말 중요한 파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연주 시 첼로수석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첼로 파트뿐만 아니라, 맨 앞자리에 앉게 되는 모든 파트의 수석들과도 일맥상통합니다만, 수레를 끌고 가는 사람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ㅤ

한 파트가 하나의 수레라고 한다면, 수석은 그것을 앞에서 끌어주고, 다른 단원들은 수레를 밀어주거나, 수레를 타고 가는 그림이 되겠지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첼로 파트의 역할 때문에, 지휘자와 악장 다음으로 대화를 많이 하게 되는 단원인 것 같습니다. 지휘자가 단 위에서 듣는 오케스트라 소리와, 오케스트라 안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파트가 듣는 소리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음향의 발란스 및 지휘자의 요구에 따른 오케스트라와의 조율, 그런 것들이 첼로 수석으로서 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이자 과제라고 생각이 듭니다.ㅤ

- 오랜 외국생활을 했는데 부산에 오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유학을 떠났습니다. 저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최선을 다해 노력을 했고 만 15세에 빈 국립음대에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역할 그리고 수많은 연주활동을 하다가 거의 20년간 빈에서의 생활 속에 이제는 고국으로 돌아가 나의 열정을 바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아들이 하나 있는데 아들 또한 외국에서 성장하는 한국인보다는 한국에서 성장하는 것이 진정한 한국인이 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그 오랜 시간동안 저를 계속 그리워하는 부모님께 더 이상의 불효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제가 태어난 곳이 부산이고, 리신차오라는 거장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고향인 부산으로 언젠가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친구로 부터 부산시향이 3년 반 동안 첼로 수석을 뽑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순간 저는 리신차오라는 거장이 단원 하나 뽑는데 정말 까다롭다는 생각을 했지요.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에 리신차오에게 무작정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는 마침 조만간 공연 및 CD 녹음을 위해 빈을 방문할 예정이었고, 그때 저의 첼로 소리를 들어보겠다고 했지요. 부산에 객원 수석 및 오디션에 초대하기 앞서 제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한번 보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의 앞에서 첼로를 연주하며 첫번째 비공식 오디션을 치뤘습니다. 그리고 나서 부산시향측으로 부터 초대를 받아 부산에서 저와 비슷한 상황으로 초대를 받은 경쟁자와 함께 오디션을 치뤘습니다. 어떻게 보면 1차 오디션은 빈에서 치뤄졌고, 2차는 단원들과 호흡을 잘 맞추고, 오케스트라에서 수석의 역할을 잘 해내는지 시험해보는 객원수석으로써의 오디션이었고, 3차가 본격적인 오디션이었습니다. 저에게는 단순한 도전이었지만 되돌아보면 정말 까다롭고 어려운 오디션이었습니다.

-오스트리아 빈의 음악원에서 교수 생활을 하셨던 것으로 압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것과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써 활동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군복무를 마치고 2년간 경희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었고, 빈으로 다시 돌아가 3년간 음악원의 교수직에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주며 보람과 행복을 느꼈던 참 좋은 시간들이었지요. 하지만 음악가로서 너무 이른 나이에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연주자로서의 삶을 좀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르치는 일을 많이 하다 보면 진중하게 악기를 잡고 생각하고 연습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거든요. 오케스트라 음악가는 그에 비해 너무나도 행복한 직업이지요. 악기를 계속 어루만질수 있으니까요. 다만 육체적인 피로가 많은 연주 및 연습을 할 때에는 학생을 가르치던 그 시절이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부산시향에 만족합니까? 시향의 수준에 대한 평가 부탁드립니다.

부산 시향에는 개성과 특징이 뚜렷하게 있지요. 가끔은 이탈리아 남부지방의 오케스트라에서 느낄 수 있는 폭발적인 열정을 느낄 수 있고, 어떨 때는 북부 유럽지방의 오케스트라와 같은 과묵함과 어두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또한 부산 시향은 대한민국 역사상 3번째 오래된 오케스트라이며 서울지역을 제외하고 최초로 탄생한 오케스트라입니다. 저는 그러한 오케스트라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자랑스럽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2002년도에 부산시향과 협연했을 때도 느꼈지만, 부산시향은 상당한 수준의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합니다.

- 마에스트로 리신차오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요.ㅤ

리신차오 지휘자는 제가 빈에 있을 무렵부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지휘자였습니다. 부산시향에서 리신차오라는 지휘자를 수석 지휘자로 모시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산 문화계의 상당한 수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음악의 도시이며 음악적으로 가장 보수적인 도시인 빈에서 A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외국인 지휘자는 매우 드뭅니다.ㅤ

리신차오는 그중 한명이었고, 빈 뿐만 아니라 유럽 각 지역에서도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는 지휘자입니다.ㅤ개인의 음악적 욕심 보다는 다양한 오케스트라들의 특징을 가장 빨리 파악하고 장점을 극대화시켜 그 오케스트라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소리를 이끌어내는 능력을 가진 몇몇 안 되는 거장 중 한명입니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지휘자와의 관계에 대하여 설명해 주십시요.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예술 직업을 뽑는다면 지휘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휘자들은 수많은 음악 속 역경을 이겨낸 분들이지요. 저는 그것을 이겨낼 용기가 미쳐 나지 않았고 첼로를 도저히 멀리 할 수 없어서 지휘공부를 그만두었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양의 지식과 철학적인 두뇌를 가져야 하는지 알게 된 후, 지휘자 분들이 크나큰 존재로 느껴지게 되었지요. 자신과 잘 맞는 지휘자든 잘 맞지 않는 지휘자든 그들이 이겨낸 역경만으로도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교를 졸업하고 일했던 모든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졸업 후의 선생님이라고나 할까요. 지금 저희 수석지휘자인 리신차오뿐만 아니라 제가 몸담고 있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 어떤 지휘자를 만나게 되더라도 똑같은 존경심으로 배우는 학생의 자세로 연주를 할 것입니다.

-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한국교향악단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오늘날 우리나라의 오케스트라는 외국 오케스트라들과 견주어도 전혀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발전과 완성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나이 많은 분들에 대한 예의와 나이 어린 사람들을 어른들이 챙겨주는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있습니다. 이 분위기가 오케스트라 문화에 스며들어 또 다른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부산시향은 하나의 대가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 다른 의견으로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함께 큰 웃음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평범한 대가족 같지요. 출근할 때마다 명절 때 만나는 친척들을 만나러가는 생각을 가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출근을 합니다.

- 예술인의 자세에 대한 이선생의 철학은 무엇입니까?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작곡가 아놀드 쇤베르크는ㅤ“Kunst kommt nicht von Konnen, sondern von Mussen”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예술은 재능에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사명감에서 창조된다는 말이지요. 이 명언은 제 인생의 모토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즐기며 사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훌륭한 음악을 들려주고, 많은 감동을 선사해야 하는 것이 음악가의 첫 번째 의무라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항상 무대에서 연주를 하며 청중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것은 위대한 작곡가들이 그런 위대한 작품을 남기지 않았더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지요. 음악회에서 연주자의 기량 보다는 작곡가의 훌륭한 작품성을 들려주고, 청중이 보내는 박수는 연주자가 아닌 작곡가에게 보내지는 것이라는 겸손을 갖추는 것이 음악가가 갖추어야 할 두 번째 의무라고 생각합니다.ㅤ

이 의무들이 잘 지켜질 때 진정한 음악가, 겸손한 예술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ㅤ

-앞으로의 계획은?

부산은 문화의 도시가 되기 위한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태평양과 바로 연결이 되는 바다를 통해 전 세계의 문화가 들어왔다 나가는 곳이지요. 부산이 진정으로 가장 훌륭한 문화의 도시가 되기 위해, 음악가로서 몸이 허락되는데 까지 최선을 다해 청중에게 훌륭한 음악을 들려줄 것입니다.ㅤ

부산에는 아직 발굴되지 못한 인재들이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높은 문화 수준에 맞는 훌륭한 음악가들의 활동과 더불어, 그들과 함께 섞이고 부산을 널리 알릴 수 있는 훌륭한 인재들을 발굴하고 그들과 함께 기회를 만들고 함께 할 수 있는 음악적 활동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ㅤ

제가 가장 잘하는 것은 음악입니다. 음악에 미쳐 그동안 살아온 제가 저의 위치에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최선을 다 하며 부산 문화 발전의 한 부분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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