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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통해 인간 내면의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 하고파"[사람, 사람을 만나다] - (64) 조각가 유진영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ileaders@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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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10  13: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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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가 유진영 씨

 

해외전시회 준비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조각가 유진영(37·여· 해운대구 중1동 )을 만났다. 그는 투명한 재료로 사람 형태를 만드는 조각가다. 한국에서 보다 외국에서 많이 알려진 조각가로서 북미와 유럽을 배경으로 개인·그룹 전시회를 주로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얼굴과 투명한 몸으로써 감정을 표현하고 인간관계의 두려움을 나타낸다. 그를 만나 작품을 통한 그녀의 예술철학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 작가로서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투명한 재료로 사람 형태를 만드는 조각가입니다. 그동안 울먹이는 얼굴과 투명한 몸을 갖은 입체작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 작품들은 사회 속의 개인, 손님 맞이를 하는 가족, 상처 받은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전시되었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작품을 만드는데 사용합니다. 작품을 제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개인전을 할 만큼의 작품을 만들려면 2-3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나라에서 7번의 개인전과 38번의 그룹전을 하였습니다.


- 조소 전공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저는 학창시절,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열등감을 느꼈고, 나를 제외한 세상과 사람들이 너무 거대해 보여서 늘 주눅 들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무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에, 매사에 의욕도 없었고,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머니의 권유로 미술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미술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요. 저는 그때 알았습니다. ‘미술이 앞으로 내 삶에 굉장히 중요한 것이 되겠구나!’

그 후로 저는 작품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예술 활동은 제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조각가 유진영의 대표작 '어서오세요. 어서가세요'

-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울먹이는 표정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저는 우울한 표정을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울먹이는 표정을 더 좋아하는데요.

울음이 터져 나올듯한 얼굴은 매우 나약해 보이지만, 단지 슬프고 애처로워 보이는 표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울먹이면서 애써 눈물을 참는 모습은, 타인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이런 표정의 사람을 본다면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혹시 위로라도 해줄까 말을 걸면, 왈칵 울음을 터트려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주춤 거리게 되지 않나요? 그 사람에게 다가 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에도 신경이 쓰이는 그런 얼굴이 바로 울먹이는 표정입니다. 아마 진심으로 이 사람을 아끼고, 걱정해 줄 수 있는 사람만이 다가가 위로해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얼굴이 타인의 간섭으로부터 자신을 호보하는 표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양면성이 있는 표정을 만드는 것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 작품에서 나타나는 가족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저는 가족이란 참 어려운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사랑해야 할 밀접한 사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게 아주 쉽게, 큰 상처를 주기도 하거든요. 많은 갈등과 불만이 넘쳐나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서로의 상처를 외면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서도 타인과 대면 할 때에는 화목한 가정으로 포장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집(가족)을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답답한 공간」,「울고 싶어도 밖으로는 웃어보여야만 하는 슬픈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가족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어서오세요. 어서가세요” 라는 전시 제목 아래, 우울하고 투명한 가족 구성원이 어쩔 수 없이 손님맞이를 해야 하는 상황을 연출하여 작품을 설치하였습니다. 작품 속의 가족은 꽃무늬의 화려한 옷을 입고, 예쁘게 치장을 하고, 사이좋게 나란히 서서 손님맞이를 하는 모습입니다. 언 듯 보면 화목한 가족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우울한 분위기와 표정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인간관계에서 겪게 되는 불편한 대면을 통해 감정의 감춤과 드러남을 표현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잠재되어 있는 불안과 두려움을 표출하려하였습니다.


-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과장된 몸짓과 경직된 무표정을 만들어내야 하고, 본의 아니게 상반된 표정을 지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때로는 투명인간이 되어 숨고 싶고, 솔직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죠.

그래서 저는 제 작품을 통해, 가족과 사회 속에서 우리의 내면의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작품을 하고 싶었습니다. 관람객들이 제 작품을 보면서 타인과의 관계, 가족, 문득 떠오르는 사람들을 상상하며 제 작품과 공감하고 소통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 작품에 나타나는 투명한 것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길 원합니까?
저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늘 숨고 싶었습니다. 가식적인 웃음과 과장된 몸짓, 진심이 없는 의사소통들이 어색하고 불편했거든요. 이야기를 잘 하다가도 문득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마치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공간에 혼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면, 다른 사람들은 다들 즐거워 보이는데, 문득 나 혼자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도망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투명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어디에 있어도, 어떤 상황에서도 진실 된 표정으로 솔직하게 행동 할 수 있는 투명한 사람을 만든다면, 어색한 분위기도 답답한 상황도 견뎌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 작품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제 작품은 모두 흙 작업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먼저 찰흙으로 사람 모양을 만들고요. 그 중에서 얼굴, 신발/양말, 손 부분은 FRP (Fiber Reinforced Plastics)로 떠냅니다. 그리고 나머지 몸 부분은 석고로 틀을 떠냅니다. 그리고 손질된 석고 틀 위에 경질 PVC (Poly Vinyl Chloride) 판을 올려놓고, 열을 가하면서 눌러줍니다. 마음에 드는 형태가 나올 때 까지 반복적으로 누르는 작업을 합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얼굴, 투명한 몸, 신발, 손등을 투명한 실로 묶어서 조립하면 완성이 됩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약 40ㅡ50일 정도 소요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지금은 독일에서 그룹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9월에는 미국에서 개인전을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작품 마무리와 전시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새로운 작품을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해온 작품과는 조금 다른 형태와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새로운 작품을 하기 위해 틈틈이 스케치를 했는데 그 중에 12장의 그림이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저는 그 그림을 바탕으로 12개의 신작을 만들 예정입니다. 그리고 또 다시 전시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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