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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동의 프로야구 중계석] 3시간의 준비, 그 후 11분2014년 5월 12일자
장윤원 기자  |  cyw@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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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11  14: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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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동 KNN 프로야구 캐스터

지난 4월 29일 화요일. 휴식일인 월요일에 푹 쉬고 상큼하게 대전으로 향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방문하는 독수리 군단의 홈, 대전. 올해도 야구장에 많은 투자를 해 달라진 모습을 자랑한다기에 궁금했다. 설렘과 함께 비바람을 뚫고 대전에 도착했다.

한밭 야구장 주변을 산책하다 주차장에서 거인군단을 태운 버스와 만났다. 오후 4시, 원정팀이 야구장에 도착하는 시각이다. 이때를 노리는 팬들이 꽤 많다. 선수들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때는 선수들의 성격 혹은 성향이 드러난다. 막내급의 젊은 선수들은 팬들의 사인 요청에 일일이 응한다. 사진도 함께 찍으며 팬서비스를 하는데, 그 대표적인 선수로 유격수 신본기 선수를 꼽을 수 있다.

반면에 주전급 선수들은 이때만은 차가운 남자로 변신한다. 손아섭 선수는 이날도 수많은 팬들을 뒤로 하고 재빨리 야구장 안으로 ‘순간이동’했다. 경기 시작 전에는 팬들에게 사인을 잘 해주지 않는 손아섭이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자신만의 리듬으로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이기에 그때만큼은 팬들과의 만남을 유보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팬이 지나치게 많아서 사인을 해주기 시작하면 팬들이 몰려들어 경기를 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농담 같은 진담도 곁들였다.

야수들과 달리 투수들은 팬서비스가 화끈한 편이다. 선발투수들은 자신이 등판하는 날 이외에는 다소 여유가 있으니, 출근할 때 팬들과 스스럼 없이 소통한다. 결론적으로 팬 여러분들에게 팁을 드리자면, 경기 시작 전에는 야수들보다는 투수들의 사인과 사진을 노리시길! 선수들처럼 중계방송팀 또한 일정한 준비과정이 있다. 일종의 루틴인 셈인데,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꼭 저녁식사를 한다. 평일에는 오후 6시 반에 경기가 시작되니까 4시 반에 이른 저녁밥을 먹는다. 그 이후 10시까지는 마이크 앞에서 소리치느라 영양 보충할 시간이 사실상 없다. 광고가 나가는 동안 초콜릿으로 허기를 채우기도 하지만, 금세 또 다음 이닝으로 넘어가야 하기에 자제하는 편이다. 자연스레 이른 저녁식사는 굉장히 푸짐하게 한다. 야구 중계방송을 시작한 이후 ‘두 공기’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밥을 꼭 두 공기씩 먹는다고 중계 팀은 나를 그렇게 부른다. 이성득 해설위원은 이날도 밥 한 공기를 더 받아 내 공복을 가득 채워주셨다.

식사 후에는 롯데 선수들을 만나러 그라운드에 내려간다. 물론 매너 있게 양치질을 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후 출발한다.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에게 오늘의 전략에 대해 듣기도 하고, 선수들과도 컨디션은 좋은지 잠은 잘 잤는지 등 많은 얘기를 나눈다. 비단 야구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강민호 선수와는 연예계 혹은 방송계에 관해 심도 있는(?) 대화를 자주 한다. 그 와중에 자연스럽고 익살스러운 포즈를 사진으로 담아 트위터에 공개한다. 야구장에 오지 못 한 팬들도 선수들과 교감할 수 있게 안내하는 셈이다.

정확히 경기 시작 1시간 전에는 양 팀이 선발 라인업을 교환한다. 롯데의 선발 선수들을 확인한 후 재빠르게 또 트위터에 전파한다. 롯데 자이언츠의 라인업 정보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팬들에게 알려드리기 위해 손놀림이 바빠지는 순간이다.

전광판 시계가 6시 30분을 가리킨다. 모두가 기다려온 플레이볼!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심판진도 야구장에 입장하지 않고 있다. 낮 동안 대전에 많은 비가 내렸지만, 빗줄기가 잦아들어 경기를 하는데 지장은 없을 것이라 모두들 생각했다. 이걸 어쩌나. 중계방송은 이미 시작해서 오프닝 멘트와 선발 라인업 소개를 했는데 아직도 그라운드는 텅텅 비어있다. 어째 예감이 좋지 않다. 에이 설마. 결국 설마가 사람 잡았다. 지난 주 롯데의 경기 결과를 분석하며 최대한 시간을 끌고 있는데 전광판에 충격적인 메시지가 떴다. ‘오늘 경기는 우천 취소됐습니다.’ 6시 41분이었다.

장비를 정리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오프닝을 한지 10분 만에 클로징 멘트를 하고 중계방송도 마무리했다. 그렇게 롯데와 한화의 대전 첫 만남은 하늘이 허락하지 않았다. 11분짜리 경기 아닌 경기를 위해 모두가 3시간을 준비했는데 조기 퇴근해야만 했다. 야속한 하늘. 서울도 부산도 아닌 제 3지대 대전에서의 우천취소.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었다. 아쉬움 가득 기록지와 중계방송용 자료들을 정리했다. 이때 들리는 이성득 해설위원의 한 마디.

“현동아, 이제 뭐할래?”
이현동 KNN 프로야구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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