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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동의 프로야구 중계석] 두 남자의 월요데이트
장윤원 기자  |  cyw@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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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27  15: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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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NN 프로야구 캐스터 이현동

일 년 중 절반. 6개월은 방송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매일 출근한다. 대중이 상상하는 ‘아나운서의 삶’과는 매우 다른 봄과 여름을 보내는 나는 프로야구 중계방송 캐스터다. 심지어 128경기, 롯데 자이언츠의 전 경기를 중계하는. 그렇게 따뜻한 봄날에 매일 야구장으로 향하다보니 종종 내가 아나운서인지, 롯데 자이언츠 선수인지 헷갈리곤 한다. 물론 좋아하는 만큼 야구를 잘하지 못 하지만 말이다. 단순히 야구 중계방송을 하는 방송인이 아니라 한 시즌을 선수들과 동행하니 그런 마음이 드나 보다.

언제나 선수들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 그들의 일터에 매일 침투해 귀찮게 질문을 쏟아내는 나를 그들은 싫은 내색 없이 늘 반겨준다. 여성 아나운서가 아닌 ‘남자 사람’인데도 말이다. 많은 선수들 중에서도 언제나 가장 밝은 미소로 “형 왔어요? 얼굴 좋네.” 하며 손을 건네는 친절한 이는 바로 손아섭 선수다.

손아섭 선수는 거인군단 최고의 스타다. ‘부산 아이돌’이라 불리는 강민호 선수가 있지만, 이제는 실력으로나 인기로나 넘버원 자리를 다투게 됐다. 아, 물론 강민호 선수 팬 여러분은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 민호 선수 또한 나와 호형호제하는 친한 사이고, 손아섭 군이 그만큼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선수이자 전국구 스타가 된 손아섭 선수. 얼굴을 보면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누구보다도 생각이 깊고 야구에 대한 자세가 남다른 손아섭. 올 시즌도 초반부터 타율과 최다안타 부문 1위를 달리며 상큼하게 출발한 그. NC 전을 앞두고 타격 연습을 하다 땀에 젖은 그가 내게 다가왔다.

“형, 우리 서울 가잖아. 다음 주 월요일에 뭐해요?” 동생과의 선약이 있었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능청스럽게 “월요일? 뭐 특별한 건 없는데?” “그럼 월요일 점심 같이 먹읍시다. 내가 쏠게!” 남자들이라 긴 말이 필요 없었다. 한마디 툭툭 내뱉고 브런치 약속 체결. 순간 동생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오빠 업무의 연장선이라 생각하고 잘 이해해주리라 믿었다. 두산 베어스와의 주말 잠실 3연전을 기분 좋게 위닝 시리즈로 마무리하고 월요일 정오에 여의도로 향했다.

아섭은 전형적인 부산 상남자 스타일의 외모와 근성을 지녔지만,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다. 이제 이름도 ‘광민’이 아니라, ‘아섭’아닌가. 식성도 우아한데, 이날도 우리는 미리 점찍어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자기가 한 턱 내겠다며 피자와 파스타를 아낌없이 주문한 손아섭이었다. 꿀에 찍어 먹는 고르곤졸라를 좋아하는 그는 이날은 크림 파스타를 안타 쳐내듯 시원시원하게 흡입했다.

내게 와인도 한 잔 권한 그가 평소에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 레이더에 뭔가 포착됐다. 아섭 선수는 그 느끼한 까르보나라를 먹는 동안 와인은커녕 음료도 한 모금 하지 않는 것이었다. 연신 물만 들이켜는 아섭에게 콜라로 느끼함을 달래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다. 그러자 “형, 저는 시즌 중에는 탄산음료 안 마셔요. 몸 관리해야죠.” 하며 씨익 살인미소를 날리는 손아섭 선수. 순간 나 역시 흐뭇한 형님미소가 자동 반사됐다.

프로야구선수의 쉬는 날 점심식사. 일주일 중 월요일 단 하루를 쉬는데 그날도 철저히 몸 관리를 하는 선수. 타율과 최다안타 부문 1위를 달리는 리그 최고 3번 타자의 자기 관리를 눈앞에서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2년 연속 골든 글러브 수상, 최다안타왕 2연패는 야구를 잘하는 선수의 결과물이 아닌 진정한 프로가 이뤄내는 업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7살 청년. 그의 절제와 인내하는 자세를 보며, 나 또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이러한 의미 있는 순간이 연속되는 봄과 여름.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모습을 기대케 하는 손아섭과 거인군단들. 그리고 가을야구를 향한 희망과 설렘. 이것이 내가 매일 야구장에 출근하는 이유이자, 128경기를 중계방송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아섭아, 다음 서울 원정 때는 형이 강남에서 밥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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