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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가진 것을 키우는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김기수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장 인터뷰
원동화 기자  |  dhwon@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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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4  09: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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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외국 비교하지 말고 부산을 더 잘 알아야”
“일제강점기 부산의 역사가 꼭 부끄러운 역사가 아니야”
“1부두-철도 정비창-동천으로 이어지는 스토리 찾아야”
“외부에서 보는 부산 관광 정책도 굉장히 중요”
 
   
▲ 김기수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장 인터뷰. (동아대학교 제공)

“부산이 가진 고유한 문화를 인정하고 스토리를 입힐 때 비로소 부산만의 아이덴티티가 되는 것이고 그것이 콘텐츠로 자리 잡아 부산을 가고 싶은 도시로, 놀고 싶은 도시로, 소비하고 싶은 도시로 될 것입니다.”
 
코로나19가 부산에 창궐하기 전인 2월 19일에 만난 김기수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장은 부산만의 스토리를 강조했다. 그 스토리는 서울에서, 외국에서 벤치마킹할 수 없는 오롯이 부산만이 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기생충을 예로 들었다. 봉준호 감독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했던 말처럼 “가장 부산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고 세계적인 것”이라고 했다.
 
김 관장은 굳이 서울을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은 궁궐, 사원, 왕릉 등이 있지만 부산이 그런 문화 유적이 없다고 해서 부산의 역사나 문화가 부정되거나 축소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부산을 알려면 부산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데 보통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통사’”라면서 “통사는 대표적인 것들만 이야기하고 언급하기 때문에 중앙 중심적으로 배울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 보이고 덜 화려해 보인다”고 했다.
 
김 관장은 “서울의 궁궐만이 우리나라의 역사도 아니고 부산이 가진 특수성을 찾아서 의미를 부여하고 스토리를 입히면 궁궐보다 훨씬 좋은 문화 콘텐츠가 된다”면서 “그런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학이 매우 발달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전국 3대 대학 박물관인 동아대 박물관
동아대 박물관은 1959년 11월 1일 부울경 최초로 개관한 박물관으로 작년 개관 60주년을 맞았다. 또 구덕캠퍼스에서 부민캠퍼스로 이전한 지 꼭 10주년 되는 해였다. 연간 10만 명이 방문하는 박물관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가 문화 유산을 지키고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동아대를 설립한 정재환 박사가 1950년대 한국 전쟁이 이후 유실되고 밀반출되는 우리 문화재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문화재를 하나 둘씩 사서 모았다. 그 결과 지금은 국보와 보물을 가장 많이 보유한 부산 최고의 박물관으로 성장하게 됐다.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은 경남도청사로 피란 시기 임시정부청사로 사용했던 건물이다. 건물이 가진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등록문화재 50호로 지정됐다. 부산시 최초의 국보도 석당 박물관에 있다. 바로 ‘심지백 개국원종공신 녹권’이다. 이는 태조 6년인 1397년 10월에 공신도감에서 왕의 명령을 받아 조선의 건국에 공을 세운 심지백을 개국공신으로 인정하면서 내린 문서다.
 
또 석당박물관에는 동궐도 등 국보 2점, 안중근 의사가 1910년 2월 14일 사형선고를 받고 3월 26일 순국 때까지 제작된 글귀 중 하나인 <견리사의 견위수명>을 비롯한 보물 54점, 등록문화재 2점, 지방 유형문화재 113점 등 2만8000여점의 유물을 수장하고 있다.
 
동아대 박물관은 정부의 생활 속 거리두기 시행으로 지난 11일부터 온라인에서 사전 예약을 받은 뒤 관람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의 문화 유산적 가치는
-부산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해수욕장에서 수영복을 입고 호텔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고 농담삼아 이야기 한다. 지금껏 우리는 서울만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부산은 기본적으로 한이 담긴 도시다. 특히 근대화에서 현대화 과정에서 세계 해양도시에는 없는 독특함이 있다. 이것은 세계 유일한 부분이다.
 
부산시가 해양수도를 외친다면 ‘1부두’를 빼 놓아선 안된다. 1부두는 부산 해양의 자존심이다. 초량왜관으로부터 시작해서 1부두에 이르기까지 1876년부터 1905년까지 약 30년 동안 부산 원도심은 근대 조약에 의해서 현대국가로 나아가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그대로 서려있는 곳이다.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을 비롯해 외국인 거류지, 동래에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노력 등이 모두 원도심에 남아있다.
 
이 30년을 빼버리면 부산 원도심은 일제강점기로 가기 위한 근거지로 밖에 설명이 안 된다. 하지만 이 30년에는 열강 속에서 나아가려는 조선 정부의 노력이 곳곳에 존재한다. 이런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1부두는 부산항 개항 이후 무역항으로 사용됐다. 해방 이후 일본과의 교역이 단절이 되면서 1부두는 공동어시장이 된다. 일본과의 국교가 재개된 이후에는 공동어시장은 현재의 서구 남부민동 일대로 이전하게 되고 1부두는 다시 무역항으로 변한다. 그리고 1부두는 부산신항으로 물류 이전이 될 때까지 우리나라 물류 전진기지로 사용됐다. 부산항의 역사가 그대로 서려있는 셈이다.
 
1부두에서 시작하는 경부선 철도의 역사도 간직한 곳이 바로 부산이다. 철도 정비창 기지는 과거 용산, 부산, 대전 등에 있었다. 경부선 철도가 만들어진 초반에는 정비창 기지가 부산진역에 있었는데 1920년대 현재 개금 일대로 옮겨갔다. 여기에 1920년대 지어졌던 공장 건물 10여 채가 있다.
 
근대 유산적으로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서울 용산은 다 없애버렸다. 부산이 유일하게 경부선의 역사 유적을 가지고 있다. 한국 전쟁 중에는 미군이 정비창을 사용했고, 이후에 디젤 기관차가 도입된 후에는 디젤기관차가 정비를 받고, KTX가 개통된 후에는 고속열차가 정비를 받았다. 우리나라의 철도 역사와도 일맥상통한다. 교통의 역사뿐 아니라 부산의 역사에서도 철도 정비창은 80여년을 같이 했다. 이는 부산만이 가진 스토리다.
 
이 정비창과 이어져 부두로 나오는 것이 ‘동천’이다. 동천은 예전에 운하였다. 동천을 중심으로 부산의 산업 공장들이 들어섰다. 과거 60~70년대 부산 동천 공장이 곧 대한민국의 산업화였다.
 
피란수도 부산은 2차 세계대전의 역사도 가지고 있다. 부끄러워 해야할 과거가 아니다. 당시에 피란민을 수용하고 판자촌을 세웠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설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렇듯 부산의 역사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어떤 옷을 입히느냐에 따라서 부산은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 김기수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장 인터뷰. (동아대학교 제공)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종지부
문화재에서 개발이냐 보존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문화재의 중요도에 따라서 원형을 유지하고 덜 중요할수록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문화재, 특히 건축물은 발전의 걸림돌이 아니라 도시와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
 
원형 그대로를 가진 건물은 없다. 시대에 따라서 변형을 일으킨다. 원형보다는 이 변형을 일으킨 이유와 스토리를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임시수도기념관의 경우 대한민국 사적으로 신청을 했는데 문화재청이 처음에는 반려했다. 이유는 원형과 많이 훼손됐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왜 변형이 일어났는지를 설명했다. 대통령의 관저로 바뀌었고 피란수도의 정치적인 사건들이 모두 이곳에서 일어났다. 원형의 가치와 변형의 가치를 모두 인정해달라고 문화재청에 재심을 요청했다. 이후 다행히 받아드려졌다.
 
임시수도기념관에 담긴 스토리는 중앙에서 알 수 없는 부분이다. 도시에서부터 지역학을 통해서 입증해 내야한다. 과거에는 국가가 곧 경쟁력이라고 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다르다. 도시가 곧 국가다. 좋은 도시가 많을수록 국가의 경쟁력이 커진다. 우리나라도 각각의 도시들이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 이는 지역학의 발전과도 통한다.
 
◆부산 관광의 미래
부산은 산과 바다, 강과 도심을 모두 가진 최고의 입지다. 그래서 다양성이 존재했다. 산에서 사는 사람들, 바다에서 사는 사람들, 강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달랐다. 부산은 그런 포용력이 있는 도시였다. 그리고 부산은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관광자원화 했다. 하지만 앞으로 관광은 콘텐츠다. 부산만의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서울과 외국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없다. 부산이 가진 고유한 문화를 잘 이끌어 내면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부산의 관광정책을 외부인이 맡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진짜 외부인이 부산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느끼고 싶은 것을 알 수 있다. 내부에 있으면 그 가치를 볼 수 없을 때가 많다.
 
부산이 서울처럼 세련되지 않았다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소 투박하더라도 그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지키고 재조명해서 스토리를 입힐 때 가장 부산다운, 가장 창의적인 국제관광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동화 기자 dhwon@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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