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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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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22  12: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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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은(고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공자는 논어에서 예(禮)를 통하여 인(仁)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제자 안연(顔淵)이 인에 대해 묻자 자기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이며(克己復禮爲仁),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듣지 말며 말하지 말고 움직이지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고 가르치고 있다. 맹자도 인간이 갖춰야 할 다섯 가지 덕목으로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을 들고, 인간의 기본적 덕목으로서 예(禮)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예(禮)가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것은 비단 고전 속 성현의 가르침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가까운 현재의 일상 속에서 부딪게 되는 크고 작은 경험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사실 이번 달 칼럼의 주제로 예(禮)를 떠올리게 된 것도 최근에 겪게 된 사소한 일상적 사건 두 가지가 생각의 씨앗이 되었기 때문이다. 두 경우 모두 대중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상황 속에서 벌어진 에(禮)와 관련된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앞 사건은 백화점에서 있었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바로 앞에 가족으로 보이는 외국인 일행이 차례로 한사람씩 문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필자는 한발 뒤로 물러서 마지막 사람이 통과하기를 기다렸다. 한데 앞 사람이 문을 열더니 뒤 돌아 필자에게 먼저 들어가라는 신호를 했다. 잠시 주춤하다 호의에 감사를 표하고 들어갔다. 대문을 통과하니 중문이 있었다. 친절에 보답할 기회였다. 이번엔 필자가 문을 잡고 “You first!”를 외쳤고 환한 미소를 답례로 선사받았다.
 
다른 사건은 도서관에서 있었다. 휴일 오후 집 근처 도서관에 들러 자료를 찾고 문서를 작성했다. 한참 작업에 몰두할 무렵 어디선가 정적을 깨뜨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틀즈의 예스터데이였다. 누군가 실수를 한 것으로 생각했다. 곧 그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한 노신사가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연신 음악을 틀었다. 바로 곁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 대여섯이 있었지만 아무도 말리지 않았고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필자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전자의 경우 한 사람의 작은 친절이 의미 없던 공간을 의미 있는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하나의 친절이 또 다른 친절을 불러왔고 이후 행로를 행복으로 이어준 노둣돌이 되었다. 후자의 경우 한 사람의 몰지각한 행동이 쾌적했던 공간을 순식간에 짜증스런 공간으로 만들었다. 계속된 소음으로 작업에 집중하기 어려웠음에도 적반하장의 파란을 우려해 곧 다가올 폐관 때까지 참고 견디게 했다. 누군가의 몰염치한 안하무인격 행태로 주위는 불편, 불쾌, 불만을 감수하는 시간과 공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문제는 이기적 욕심을 다스리지 않고 결례(缺禮)를 범한 인격적 미성숙에 있었다. 노년에 도서관에 다닐 체력이 있고 컴퓨터와 팝송을 가까이할 지력이 있어도 때와 장소에 맞는 예의를 지키는 덕성이 없다면 그 인생은 헛 산 인생이다. 인간의 공간은 물리적 장소이자 심리적 장소이다. 이 장소를 상생의 터전으로 만들 책임이 공간을 공유한 모두에게 있다. 그 책임의 방법과 형식인 예(禮)에 무지(無知)하면 무례(無禮)하고 무치(無恥)하게 된다. 건강한 공동체, 공공선(公共善)으로서의 예(禮)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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