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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수비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leaders240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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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01  13: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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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은 고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운동 경기의 기본 구도와 작동 원리는 공격과 수비다, 승패의 관건은 바로 잘 치고 잘 막는 데 있다. 그 중에서도 공격은 승점을 올려 경기를 이기도록 하는 가시적이고 직접적인 기여로 인해 수비보다 주목받고 중시되곤 한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하고 잘했던 필자는 여러 종목의 운동선수로 출전한 바 있는데, 경기에 나갈 때면 늘 공격수로서 뛰었었다. 선수로 뛰지 않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볼 때도 수비보다 공격에 치중해 경기를 관전했었다.
 
공격의 가치와 공헌에 매료되고 매몰되어 온 필자에게 솔직히 수비의 가치는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상대의 공격을 잘 막아내는 일을 수비의 당연한 의무로 치부해왔다. 수비는 우리 편의 공격이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보조적·보완적·지원적 임무를 마땅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승리의 일차적인 공로는 앞장서서 주도적으로 점수를 따내는 공격에 있으며, 수비는 이차적이고 부차적이며 간접적인 조력을 담당하는 것으로 그 의미를 간과해 왔다.
 
그러던 필자가 달라졌다. 일방적인 공격 예찬으로 요지부동이던 필자의 시각이 크게 바뀌었다. 그 변화는 짧은 시간에 순식간에 일어난 놀라운 전환이었다. 그 동안 평가 절하해 왔던 수비의 역할과 기능을 재발견하고 새삼스레 그 가치와 의미를 재평가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일대 전환을 가져오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 무서운 공격력과 파괴력으로 많은 이들을 공포와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었다.
 
코로나 19로 명명된 신종 바이러스의 위협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처음에 중국 우한에서 바이러스 출현 소식이 들려오고 이어 국내에도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이는 확진자의 수가 하나 둘 늘어날 때만 해도 머지않아 사태가 진정되고 해결될 것으로 막연하게 기대했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에 감염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지역사회 내 집단 감염의 위험이 높아지면서 바이러스 전파로 인한 피해가 “강 건너 불”이 아닌 “발 등의 불”이 되어 사회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번 사태는 개인과 집단에게 수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여실히 일깨운다. 모든 생명체는 탄생의 순간으로부터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유기체 내외의 다양한 위험과 공격에 노출된다. 최전선에서 이 위험과 공격에 맞서 싸우는 방어력과 저항력을 강화하는 것이 위기를 헤쳐 나가는 길이다. 얼마 전 우한의 아흔 노모가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들에게 남긴 쪽지가 소개된 바 있다. “버텨라, 강해져라, 이겨내라”는 어머니의 간절한 염원은 강인한 수비로 무장해 역경을 극복하라는 우리를 향한 메시지기도 하다.
 
경기도 인생도 수비가 기초다. 수비가 있어야 공격도 있다. 수비를 잘해야 이길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것은 수비를 교란해 전력을 약화시키는 불안감, 불신감, 적대감과 같은 내부적·심리적 공격과 인지적·정서적 전염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신속한 대처를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행정부와 의료진, 응급구호를 위해 전국에서 달려오는 구급대와 소방관, 어려운 이웃에게 응원의 문자와 물자를 보내주는 든든한 수비수가 있다. 전열을 정비해 전원 수비의 막강한 수비력을 발휘할 때다. 수비의 진가, 감춰진 보화처럼 위기 속에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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