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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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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04  17: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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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은 고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새해를 맞아 각별히 유념하고자 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균형 이룬 삶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몸과 맘의 균형, 일과 쉼의 균형, 계획과 실행의 균형을 이루고 사는 것을 올해의 역점 과제로 떠올렸다. 균형이 깨진 삶은 문제를 일으키고 불균형과 부조화를 확대 재생산하는 연쇄적 파장을 초래한다. 균형 이룬 삶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면서도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노력은 게을리 해온 과거에 대한 반성으로 신년 계획을 세운 것은 그 다짐만으로도 뿌듯한 일이었다.
 
야심찬 새해 결심이 잠깐의 생각에 그치는 작심삼일의 과제가 되지 않도록 생생한 교훈을 온몸으로 새기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설 연휴 마지막 날 가깝게 지내는 지인의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지인을 알게 된 것은 비교적 근자지만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처럼 친밀하고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명절에 고향에 가는 대신 일에 파묻혀 지낼 필자를 생각해 초대해준 온정에 뜻 깊은 명절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일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선뜻 가겠노라고 답했다.
 
약속한 날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겨울비로는 이례적으로 큰 비였다. 태풍을 동반한 한여름 장맛비와 같은 위력이었다.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버스 정거장까지 걷던 단 몇 분 동안에도 걸음을 떼기 힘들 정도로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고 우산은 사방팔방으로 꺾였다. 개인적으로는 맑은 날을 좋아하고 비 내리는 궂은 날을 싫어한다. 그러나 좋아하는 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폭풍우 거센 날씨도, 눅눅한 버스 안 공기도, 부산에 내려진 긴급 재난 경보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졌다.
 
버스에서 내릴 때였다. 버스는 섰고 문은 열렸는데 땅을 디딜 시점에도 나는 여전히 버스 안에 있었다. 잠시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렸을 때는 두 다리가 꺾인 채 풀썩 주저앉아 고통을 감지하게 된 때였다. 빗물로 미끄러운 바닥에 크게 넘어진 것이다. 뼈는 이상이 없는 듯했지만 통증이 밀려오는 무릎의 손상이 걱정되었다. 특히 심하게 뒤틀린 왼쪽 무릎의 부상이 더 염려되었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일어서지지 않았다. 몇 차례 용을 써봐도 소용이 없었다.
 
승객들의 부축을 받아 천천히 일어나 버스에서 내렸다, 정거장 벤치에 앉아 다음 경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병원으로 갈까? 집으로 갈까? 가던 데로 갈까? 난관 뒤에 직면한 의사결정은 더 어렵게 다가왔다. 병원까지는 아니라도 집에 가서 안정을 취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지만 약속을 어기고 싶지 않아 절뚝거리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약속 시간을 한참 지나 일행과 합류했다. 다친 사실을 숨길까 머뭇거리다 자초지종을 이실직고했고 함께 한 이들로부터 따뜻한 위로와 배려를 선사받았다.
 
귀가 길에 뼈저린 교훈을 반추해 보았다. 살다 보면 빗길처럼 불가피한 역경도 만난다. 사실 인생의 빗길은 도처에 있다. 그러나 발 밑의 위험을 감지하고 분별하지 못한 것은 방심과 불찰의 실책이다. 균형을 잃으면 넘어지기 쉽지만 단련돼 있다면 탄력적 회복력을 갖출 수 있다. 위기 대처 능력은 준비되고 축적돼 있어야 한다. 개인과 집단의 실력과 저력은 위기에 빛을 발한다. 크고 작은 조력에 힘입은 이에겐 타인의 난관에 도움으로 갚을 사명이 있다. 균형된 삶, 상처마저 아름답게 변모시킬 듯 기대를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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