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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자본에 맞서 싸워 온 상인 회장 ‘골목상인분투기’...13년 기록 남기다[사람, 사람을 만나다] - 이정식 (사)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
김형준 기자  |  samic8315@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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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04  15: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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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상공인 투쟁기 책 펴내 주목받아지난 10월 북콘서트 열어
이마트 상생점포는 미끼 점포생존권 요구를 뛰어넘는 연대성
투쟁을 통해 깨닫게 된 정치의식
스스로 성찰 자세 중요
 
   
▲ 이정식 (사)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 모습.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54)이 지난 10월 ‘골목상인분투기’ 출판기념 북 콘서트를 가졌다.
이 회장은 거대 유통 자본에 맞서 13년째 지역 상권을 지키는 상인운동가이지만 정작 본인은 상인운동가라는 표현이 어색하다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상인운동은 상인들이 자신의 생존권요구를 뛰어넘어 서로 연대하여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열기 위해 인식을 가져야 비로소 운동이란 고귀한 표현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범한 사업가에서 상인운동가로 변신한 그는 삭발과 혈서, 그리고 극단적인 두 번의 단식까지하는 등 강경투쟁에 앞장서 왔다. 13년간의 상인들의 투쟁사를 정리한 ‘골목상인 분투기’ 북 콘서트를 개최한 그를 해운대구 재송동에 있는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에서 만났다.

  
-협회는 언제 만들었고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부산 전역을 돌아다니며 상인들을 설득하며 조직화에 박차를 가했죠. 부산의 조직을 만든 뒤 전국적인 모임을 결성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임의 단체로 활동을 하다가 2012년에 사단법인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로 법인격을 갖추었죠. 현재 부산지역 자영업자 1만2000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부산지역화폐 추진 운동, 이마트타운 연산점 입점등록허가의 위법성 다투고 있습니다. 지금 준비 중인 협회 사업으로는 엘시티 스타 필드 입점 투쟁과 일본계 유통업체 입점저지 운동, 유통법과 상생법 재개정 운동 등입니다.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상도정신과 시민의식 고취 등의 교육 사업을 집중적으로 할 예정입니다.”
 
-힘겨운 싸움을 13년 간 이어오셨다. 이번에 책을 낸 이유를 들려주신다면?

“사실 책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여건도 안됐습니다. 그러나 상인운동은 노동운동, 학생운동과 달리 기록이 없습니다. 책을 쓰면서 우리들의 지난 투쟁과정을 뒤돌아보고자 한 것입니다. 그 기록을 토대로 정책을 만드는데 대기업과의 투쟁이 하나의 뉴스로만 다루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보았어요. 투쟁의 과정과 결과를 기록문화로 남겨야 제도적, 정책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동차 백미러 같은 거죠. 운전 중에 백미러를 보는 것은 뒤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잘 가기 위한 것처럼 말이죠.”

- ‘골목상인 분투기’는 어떤 책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전국 10대 주요 도시의 자영업 분야 중에 편의점, 슈퍼, 납품업체, 식당, 카페, 미장원 등 다양한 상인들이 겪고 있는 절절한 사연을 가감 없이 들춰보고, 이들이 법과 공무원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상인들과 정치에 어떤 함수관계가 존재하는지 조명해 보고 싶었죠. 특히 13년 동안 상인들이 대기업과 싸우는 과정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그 과정에서 부끄러운 우리 자화상은 없었는지 솔직하게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저는 속 살을 드러내듯이 상인들의 부끄러움도 민낯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기업과 일부 상인회가 결탁되어 상생기금이란 허울의 음성적인 기금수수는 대기업 돈 몇 푼에 자신들의 상권을 팔아버리는 큰 문제임을 알려야 된다고 보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록물로 남기려면 실명과 실제 일어났던 사실관계를 정확히 책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족과 아내, 그리고 회원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회장님은 어떻게 상인운동 전면에 나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누구라도 절박한 마음이 생기면 뭐라도 할 것입니다. SSM이 2006년 부산에 출점하기 시
작하죠.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대기업에 우리 생존권, 사업장을 다 내 줄 수밖에 없다는 위
기 의식이 있었습니다. 앉아서 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죠.
먼저 2000년 이마트가 해운대에 들어온 이후 주변 지역 상인들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
었습니다. 소매점들이 무더기 폐업되면서 납품업자들의 연쇄 부도로 이어졌죠. 개인적으로도 매출이 절반으로 곤두박질하며 피해가 너무 커 어려운 상황을 경험했던 거죠. 그래서 이번에는
두 번 다시 당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죠.
특히 대기업이 구멍가게까지 하는데 이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국가도 문제라고 본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누구에게든 우리 문제에 대해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시작했습니다.”
 
- 대기업과 투쟁을 하면서 느끼신 바와 이를 통해 얻게 된 성과를 들려주신다면?

“성과도 많이 있었지만 또한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죠. 사실 상인들이 어려움에 처하자 정치인, 권력기관에 도움을 청했지만 그들은 상인들의 손길을 걷어찼습니다. 이때 자신들의 어려움을 알리기 위해 찾아간 곳이 지역 언론 방송사였고, 시민사회에 도움의 손을 내밀었죠. 그래서 지역 언론과 시민사회에 대한 고마움과 정치적 의식이 중요하다고 모두들 느낀 것입니다.
상인들 스스로도 연대의식 및 상도정신에 대한 깨달음이 일기 시작한 거죠. 상인은 서로 경쟁자인데, 이런 현실을 간과한 채 우산만 같이 들자고 했으니 함께 비 맞을 마음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거죠. 비를 피하려 우산 속에 몰려들었지만 우산이 찢기거나 비바람이 부니 모두 우산을 내팽겨 치고 떠나버리는 형태였죠. 그때 느낀 것이 힘없는 상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명확한 현실 인식에 기인한 연대라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의 단식 등 극한투쟁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달라진 것이 있나요?

“첫 번째의 단식은 2010년 2월에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등 법 개정을 위해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7일간 단식을 하게 됐습니다. 결과는 당시 전통상업보전구역 500m 안에 SSM을 등록하는 것을 구청장이 제한할 수 있는 법 개정을 만들었습니다. 상생법으로는 대기업이 가맹점까지 진출했을 때 대기업 자본이 51%만 들어가면 사업 조정을 신청할 수 있게 개정했으니 매우 큰 성과였습니다. 두 번째의 단식은 이마트 타운 연산점의 입점 중에 일어난 많은 위법성을 따지기 위해 17일간 단식을 했죠. 물론 단식 4일째 만에 구청장은 영업 등록 인가 수리를 하더군요. 구청장의 평상시 태도를 볼 때 충분히 예견했던 상황입니다. 이때 상인들의 정치의식이 달라졌습니다. 이후 만명궐기대회와 지역상권 활성화 대회를 여는 큰 힘이 됐습니다. 단식 전과 후 상인들의 정치의식이 많이 달라졌으니 값진 교훈을 준 셈이었죠.”
 
-자영업의 근본 문제는 그 수가 너무 많다는 데 있는 것 아닌가요?

“자영업의 과잉 원인을 알아야 합니다. 역대 어느 정권도 자영업에 대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지 않았습니다. 퇴출과 진입 제한 정책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정부의 대기업 위주 정책으로 중소기업의 존립이 어려워졌고, 중소기업 구직난은 자영업으로 몰리는 산업 구조적인 상황으로 된 겁니다. 건강한 자영업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산업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숨이 넘어가는 사람에게 강펀치를 날려 그로기 상태에 빠뜨린 것과 같다고 봐요. 물론 최저임금이 오르기 전에도 자영업은 겨우 버티기도 힘들 정도로 어려웠죠. 최저임금 인상 대비책,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 등 자영업 대책이 처음부터 나왔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 환경의 경제적, 심리적 요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정책을 폈던 거로 보입니다. 현실을 살피지 않은 정치적 공약이 가뜩이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자영업자들을 자극하여 이들을 거리로 내몬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마트 노브랜드와 전통시장의 ‘상생 점포’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요?

“상생이란 표현에 어폐가 있습니다. 상생점포는 골목상권을 흡수하기 위한 ‘미끼 상품’에 불과한 거죠. 전통시장 안에 노브랜드가 들어오면 전통시장 상인과 골목시장 상인 사이에 신뢰성이 깨지고 힘없는 중소상인들 사이의 연대가 깨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 마지막으로 책을 통해 꼭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누군가가 상생이란 그럴싸한 허울을 씌웁니다. 상인 간 연대를 공고히 하려면 허울에 현혹되지 않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깨달았죠. 골목 상인과 전통시장 상인 간의 연대가 멀어지면 상권은 대기업에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는 이익, 사람보다는 돈이 앞서며 서로 존중하는 가치를 내팽개친 결과인 것입니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상도’의 정신입니다.
상도는 자신의 생존권 요구를 뛰어넘어 서로 연대하여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힘입니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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