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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문화로 가까워진 한·아세안… '푸드 스트리트' 내년에도?11월 15~28일 13일간 여정 성황리에 마무리
김지혜 기자  |  jihyekim@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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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8  16: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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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서 아세안 '현지 맛' 즐기기 위해 방문
각종 이야기 담긴 각국 이색적인 요리 '인기'
다채로운 공연과 토크 곁들인 '디너쇼' 분위기
일행 아닌 사람들과 합석 등 여행 느낌도 '물씬'
아세안 식자재 판매 '아세안마켓' 일찌감치 품절
현지 셰프들 후일담 '훈훈'... 지속 개최 가능성도


아세안의 거대함에 비해 면적은 작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부지런히 달려가는 한국이 아세안의 손을 잡고 함께 발전하고자 하는 그 출발점은 바로 부산이다. 2019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이런 중요한 사명을 가지고 시작됐다. 한국이 아세안과 함께 번영하고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만이 아닌,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다. 그러하기에 한국 국민들은 아세안에 대해 알 이유가 충분했다.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부산에서 열린 많은 부대행사는 한국에 아세안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 중 아세안의 광범위한 문화를 보다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음식'이라는 주제로 열린 '푸드 스트리트'는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꾸려져 성공적인 마무리를 지었다. 한·아세안 푸드스트리트는 지난 15일부터 27일까지 13일간 전포동 놀이마루에서 진행됐다. 
 
   
▲ 아세안 식자재, 간식 등을 판매한 '아세안 슈퍼마켓' 입구 조성된 간판. 김지혜 기자


◇ 호기심 일으킨 한·아세안의 맛 
겨울의 길목 추운 날씨임에도 행사 기간 방문객은 총 5만여 명을 기록, 아세안에 대한 관심을 실감케 했다. 당초 평일 1000명, 주말 2000명을 예상하고 준비된 음식은 매일 빠르게 소진되는 모습이었다.  

10개국의 음식을 현지 레스토랑 셰프가 직접 조리해 현지의 '진짜 맛'을 알아볼 수 있는 아세안 부스, 한국음식에 아세안의 식재료를 응용한 한국관, 저녁 7시부터 아세안에 대한 토크를 진행하는 아세안테이블·트레블로 행사 등 다양한 섹션에서 즐길거리가 준비됐다.

아세안 부스의 음식은 티켓 구매 후 교환방식으로 이뤄졌는데, 행사 개막 이틀 전까지 주말 티켓이 매진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주최측에 따르면 부스 판매 총 물량은 1만9000인분을 넘어섰다. 

예매 없이 현장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는 한국관 퓨전메뉴도 2만개 이상 판매됐다. 
   
▲ 아세안 현지 부스 중 캄보디아 '록락'을 받기 위해 '헤이븐'에 줄이 늘어서있다. 김지혜 기자

아세안 음식과 더불어 아세안의 차, 커피 등 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부스가 마련됐고, 아세안 각국의 특별한 간식, 음식키트와 식재료 등을 판매하는 '아세안 마켓'은 개막 초반부터 대다수 품목에 '품절'피켓을 달았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되는 아세안 음식과 여행에 관한 토크 전에는 마치 '디너쇼'를 연상케 할만큼 다채로운 음악 공연으로 채워졌고, 야외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불빛들로 여행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부족한 테이블 여건상 모르는 일행과 합석을 하거나 서로 음식을 나누는 풍경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 낯설지만 중독되는 오묘한 맛과 이야기
'푸드 스트리트'라는 주제에 걸맞게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의 관심은 단연 아세안의 음식이었다. 

필리핀의 전통음식 '레촌'은 행사 오픈 30분 만에 품절되어 인기를 실감했다. 레촌은 새끼돼지 통바베큐로 필리핀 전통 잔치 음식이다.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육질에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어 '실패가 없는' 음식으로 다수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캄보디아의 '록락'과 라오스의 '레몬그라스 육포튀김' 등 고기요리가 많이 등장했다. '록락'은 크메르 전통식으로 볶은 소고기 요리다. 향신료가 적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록락'을 맛본 이들은 이 이름을 잊지 않을 것이다. 
 
   
▲ 라오스의 메뉴 '레몬그라스 육포튀김'. 김지혜 기자

라오스의 '레몬그라스 육포튀김'은 한국의 얇고 쫄깃한 육포와는 다르게 두껍고 담백한 식감을 가졌다. 적당히 말린 육포를 튀겨내고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허브인 '레몬그라스'를 채썰어 튀긴 뒤 함께 곁들인다. 레몬그라스는 조금의 조각에서도 강한 향이 나기때문에 조금만 곁들여도 고기의 느끼함을 완전히 없애주면서 한국에서는 맛보지 못한 이색적인 음식이 된다. 이런 구성에 '카피 르 라임 잎'를 튀겨 함께 곁들여 낸다. 카피 르 라임 잎은 겉으로는 향이 진하지 않지만 씹으면 향이 강한 향신료다. 

가장 강렬한 음식은 캄보디아의 '아목'일 것이다. 카레라고 생각하고 쉽게 봤다가는 깜짝 놀랄만한 색다른 음식이다. 크메르 전통식인 아목은 레몬그라스의 향에 코코넛밀크까지 더해진 강렬한 향을 가진 카레로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지만 자극적이거나 기름져서 느끼하지 않으며 부드럽고 중독성 있는 맛으로 이 음식이 입에 맞았던 사람들은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을 듯하다. 
   
▲ 캄보디아의 메뉴 '아목'. 김지혜 기자

말레이시아 '사테'는 고기꼬치이지만 한국의 닭꼬치·양꼬치처럼 담백하고 짭짤한 맛이 아닌 달콤한 맛이 지배적이다. 고기를 꼬치에 꽂아 인도네시아 전통 크찹 마니스 소스를 곁들여 찰밥으로 지은 떡과 함께 나왔다. 의외의 달콤함과 담백한 고기의 조합이 신선하다. 

추운날씨 국물요리는 식탁을 완성시키는 역할을 했다. 한국인들이 미얀마 양곤을 찾으면 무조건 찾는다는 '999'가 한국에 왔다. 유난히 9를 완벽으로 여기고 좋아하는 미얀마의 완벽한 한 끼를 선물할 수 있는 국수라고 할 수 있다. 매콤하지만 신맛을 담고 있으면서도 태국의 똠얌꿍과는 다르다. 가볍지 않은 국물에 향신료가 강하지 않아도 색다른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999'는 뉴욕타임스에 소개돼 양곤 여행자들의 필수코스가 되었다.

싱가포르의 바쿠테 역시 기대를 모았다. 돼지갈비를 허브와 향신료를 넣고 푹 우려낸 한국의 갈비탕과 흡사한 바쿠테는 중국에서부터 넘어왔다는 설과 함께 항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원기회복을 위한 보양식으로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야기가 있는 음식도 있다. 브루나이의 '나시카톡'은 포털에 검색해도 많은 정보가 나오지 않지만 현지인들이 1달러대의 저렴한 가격에 맛보는 캐주얼한 한끼 식사다. 나시카톡은 말레이어로 '밥'을 뜻하는 '나시', '노크'를 뜻하는 '카톡'을 합친 말로, 24시간 영업점이 없던 시절 늦은 시간 밥을 먹기위해서는 식당 문을 두드려야 했던 것. 이렇게 탄생한 나시카톡은 튀긴 닭고기와 매콤한 말레이시아식 삼발소스를 밥 위에 덮어 바나나잎 혹은 포장지로 싸서 나오는 게 보통이다. 간단하고 저렴한 한 끼로 현지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메뉴다. 
 
   
▲ 지난 22일 아세안테이블 코너를 진행했던 방송인 박준우, 홍석천 씨가 무대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지혜 기자


◇ 푸드스트리트, 일회성 아닌 지속성 꿈꾼다
13일의 긴 행사기간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매일 대량의 음식을 만들어야 했던 현지 셰프들의 후일담도 전해진다. 말레이시아의 셰프 압둘 씨는 축제 기간 아내의 임신 소식에 크게 기뻐했다. 그는 특히 입국 후 조리위생을 위해 시행했던 건강 검진에서 암 징후가 나타났지만 진단결과 암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기쁨이 더욱 컸다. 오거돈 시장은 폐막식때 셰프 압둘씨에게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한 전통 배냇저고리를 선물했다.

필리핀 안토니오 셰프는 레촌을 위해 오븐을 특수제작하기도 했다. 복잡하고 많은 비용이 들지만 섬세한 조리방식이 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본연의 맛을 알리려는 사명감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 라오스 'Lanith'의 셰프가 밝게 웃고 있다. 김지혜 기자

라오스 레몬그라스 육포튀김은 맛 재현을 위해 더욱 연구하고 미얀마 셰프는 대량의 조리를 소화하느라 병원의 힘을 빌리기도 했다. 이렇듯 현지의 셰프들이 현지의 맛을 알리기 위해 더욱 신경 쓴 덕분에 이번 행사는 성공적인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아세안의 음식문화 교류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행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한국의 노력도 필요하다. 

오 시장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기간 중 캄보디아 부총리 등과 만나 "아세안 음식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애정과 관심이 각별하다. 교류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정례화를 추진해보자"라고 협력을 요청하며, 매년 개최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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