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왼쪽
오른쪽
  • UPDATE : 2019.12.7 토 22:36
> 기획/연재 > 칼럼/기고
[리더스칼럼] 산 위의 교훈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leaders2400@daum.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신고하기
승인 2019.11.24  14:23:51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미투데이 트위터
   
김향은 고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올 해 역점을 두어 실천하고자 한 것이 일과 여가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었다. 일에 몰두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짐에 따라 몸에 무리가 따르고 건강에 이상이 생기게 되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겠다는 궁리를 하게 되었다. 내가 떠올린 것은 걷기였다. 걷는 동안 일에서 벗어날 수 있고 부족하기 쉬운 운동 양도 채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 생각했다.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짧은 거리는 걸어 다니며 엘리베이터 보다 계단을 오르내리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느낌이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좀 오랜 시간 다소 힘겨운 코스를 걷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몇몇 걷기 모임에 합류했다. 보통 반나절 정도 평지 보다는 언덕과 야트막한 산지가 포함된 코스를 걸었다. 걷는 동안 아름다운 경치도 감상하니 일석삼조였다.

이번 달 걷기는 새로운 일행과의 산행을 계획했다. 부산에 오래 살았어도 속속들이 알지 못하기에 가보지 않은 곳이 행선지기를 바랐다. 금정산이었다. 실망스러웠다. 금정산이 부산의 상징과도 같은 산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최근 겨울과 여름에 다녀온 바 있고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꽤 먼 곳이라 아침 산행을 위해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큰 기대 없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경로는 북문에서 동문으로 가는 코스였다. 이미 금정산에 가본 적이 있고 다른 모임에서 경사 큰 구릉지도 오래 걸어본 터라 이번 코스는 무난히 마칠 자신이 있었다. 따갑게 느껴지는 가을 햇살 아래 쉼 없이 걷는 것이 힘겹게 느껴진 때도 있었으나 대체로 까다롭지 않은 코스였다. 한데 방심할 무렵 예상 못한 의외의 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이 선택한 길에는 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암벽 코스가 있었다.
 
땅 위를 걷는 것과 달리 바위를 타는 일은 위험하고 힘들었다. 내게 선택하라면 가지 않았을 텐데 일행은 묻지 않고 앞장서서 갔고 나는 엉겁결에 따라갔다. 일부 구간은 바위와 바위 틈새의 간격을 건너뛰며 올라가야 했는데 고도가 높아질수록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만도 아찔했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동안 ‘나는 가지 않겠노라’고 말하지 못하고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 자신을 탓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정상에 도달했다.
 
엉금엉금 기어오르는 동안 수그렸던 얼굴과 몸을 산 정상에서 활짝 펴는 순간 사방에 탁 트인 전망이 한눈에 들어왔다. 빛깔 고운 단풍으로 물든 아름다운 산야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고 산들바람이 두 뺨을 스쳤다. 그 순간은 지금껏 앞길을 가로막아온 크고 작은 걸림돌을 헤쳐 나온 후에 비로소 누릴 수 있는 희열이었다. 산 정상에 서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보였고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보였다. 높은 곳에 서서 보니 그 길이 훤히 보였다.
 
그 조망과 시각은 인생의 교훈으로 이어져 지나온 과거를 성찰하고 가야 할 미래를 생각게 했다. 산행 중 맞닥뜨린 돌부리, 경사로, 낭떠러지, 미끄러운 낙엽과 같은 인생의 문제를 회피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지혜롭게 이겨내는 것이 현명한 삶의 자세라는 생각도 들었다. 끊어진 길에서 손 내밀어 길이 되어주고 산 위의 교훈을 얻게 해준 길벗처럼 동행의 삶에 도움이 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도 얻고서 다시 난관과 위기가 있는 산 아래로 향한다.
일간리더스경제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신고하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미투데이 트위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중앙대로 594 |  대표전화 : 051-996-2400  |  팩스 : 051-996-2408  |  등록번호 : 부산 가 00020  |  발행·편집인 : 백재현
등록번호 : 아00219 |  등록일자 : 2015년 2월 06일 |  청소년 보호책임자 : 백재현
Copyright © 2014 일간리더스경제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