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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도 일상을 접고 아이들을 기다린다
김현정 기자  |  khj@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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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22  12: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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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정
   문화레저팀
 

차가운 바다 속의 어린 학생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린 지 일주일. 그동안 노래 소리 한 자락, 연기자의 대사 한 마디도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예술이 만들어 주는 허구를 핑계 삼아서라도 소리 내어 울고 싶었다.

지난 주말 영화의전당에서 판소리 ‘억척가’를 볼 기회가 있었다. 작품의 주인공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들딸을 지켜내고자 억척스러워진다. 그러나 결국 그 들을 잃어버리고 마는 어미 억척네를 소리꾼 이자람은 씩씩하고 처절하게 노래했다.

대한민국에서 전쟁 같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관객들은 소리에 감동하고 이야기에 아파하며 공연에 공감했다. 공연 말미에서 이자람은 “현재의 상황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이 마음이 무겁다. 작은 위안이라면 자식 잃은 어머니 한을 노래한 것이므로 여러분과 함께 그 아픔을 나누고자한다”라며 마무리했다. 억척네에게 감정이입 된 관객들은 가슴 아픈 어머니를 연기 한 소리꾼을 묵묵히 박수로 응원했다.

꽃 피는 춘삼월을 지나면서 봄은 한껏 무르익어 계절의 여왕 오월을 향해 가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각종 축제와 야외공연들이 봇물을 이루며 쏟아져 나온다. 여느 도시처럼 부산도 예외 없이 여러 행사들이 진행 중이며 또한 계획되어 있다. 그러나 이 예쁜 계절에 뜻하지 않은 소식이 들렸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슬픔과 안타까움에 잠긴 가운데 문화예술계도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오랜 시간 준비한 축제나 공연, 이벤트들을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이 같은 상황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3월에는 천안함 사고로 안타까운 젊은이들을 잃은 적이 있다. 그때도 슬픔을 가누지 못해 준비한 행사들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취소된 조선통신사축제는 올해도 취소 가능성이 높다.

얼마 전에는 허울뿐이란 지적을 받던 ‘영상도시 부산’에서 영화 제작발표회가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드문 일이다. 그것도 거장 임권택 감독의 신작인 ‘화장’ 발표회다. 하지만 제작사인 명필름 측이 이번 사고에 대해 영화인들과 함께 슬픔을 함께한다며 행사를 취소했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와 부산국제연극제는 야외행사 및 이벤트를 백지화하고 차분하게 영화 상영과 공연들로 진행한다. 이외에도 국립남도국악원의 망자를 위로하는 ‘씻김굿’에서부터 어린이를 위한 야외 행사들까지 공연이나 행사 등이 줄줄이 중단되고 있다. 예술인들은 일상이며 생계 수단이기도 한 그 일들을 접고 학생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 소위 고위 공직자, 국민의 대표라는 분들은 목적을 알 수 없는 진도 현장 행차도 모자라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들 곁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편안한 의자에서 라면을 드신다. 그런 무신경으로 애타는 가족과 국민들의 마음을 헤집어도, 무능한 정부가 금쪽같은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어도, 우리는 실낱같은 희망을 악착같이 부여잡고 있어야한다.

용기가 아닌 억척을 노래하는 ‘억척가’처럼 아직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과 가족 그리고 국민들도 억척같이 버텨주기를 소망한다.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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