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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겨루기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leaders2400@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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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09  13: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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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향은
     고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생은 겨루기다. 누가 더 공부를 잘하나, 누가 더 말을 잘하나, 누가 더 노래를 잘하나, 누가 더 운동을 잘하나, 누가 더 일을 잘하나 다투는 데 좋든 싫든 참가한다. 개인차가 있으나 인간이 겨루기를 좋아하고 그 결과에 관심이 많은 것은 본성적으로 이기고 싶은 승부욕이 있고 우월감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으며 승자에게 돌아올 보상에 대한 욕망이 있음을 의미한다. 

재작년 가을 대학 동문회 축제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즉석에서 팔씨름 경기에 나가게 됐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하고 지는 것을 싫어해 도전을 즐기는 성격이지만 내 과거를 알 리 없는 교우들에게 나는 여리고 유약한 여교우로 각인돼 있었다. 내가 청팀 선수로 선발된 이유는 남학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군대 같은 대학을 나온 까닭에 차출할 후보 자체가 드물기 때문이었다. 

백팀 선수는 한 학번 아래 여자 후배였다. 위풍당당한 남성적 기골에 농사지은 경력을 자랑하는 남다른 팔뚝 힘의 소유자였다. 이 후배의 맞수로 내가 등판하자 장내는 걱정 반 웃음 반 으로 술렁였다. 우리 편에서는 패배를 예상한 낙망과 연민어린 동정이, 저쪽 편에서는 하나마나 보나마나라는 조소 띤 야유가 흘러나왔다. 나는 어릴 적 운동 실력에 기초해 내심 관중을 놀라게 할 반전을 자신했다.

상대는 괴력의 장사였다. 경기 시작과 함께 내 손목은 무참히 꺾여 바닥에 닿을 지경이었다. 이렇게 질 수는 없다는 오기로 버티다 전세를 뒤집어 역전승을 거뒀다. 이어 왼팔 경기는 눈 깜빡할 사이에 패하고 말았다. 결승에서는 기력이 쇠한 오른 팔이 휘슬 소리와 함께 맥없이 꺾여 다시 바닥에 닿기 직전이었다. 첫판과 같은 판세로 버티기와 회복세가 이어졌지만 팽팽한 접전 끝에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내가 노렸던 극적인 반전의 쾌승은 아니었지만 이 시합은 주위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일대 사건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사투를 벌인 투지와 투혼에 대한 찬사와 칭송이 이어졌다. 내 마음은 구름 위를 걷는 듯했지만 내 몸은 혹독한 대가를 홀로 감당해야 했다. 양 팔과 손목은 물론 목과 어깨, 허리 등 온몸을 흠씬 두들겨 맞은 듯했고,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과 같은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한 주간 호된 몸살을 앓았다. 밤새 끙끙 앓아눕느라 잠 못 이루며 지내는 동안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몸은 정직하고 요행이 없다는 것, 몸을 혹사할 경우 무리가 따르고 그 여파와 후유증을 몸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것, 몸의 관리자로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할 책임이 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배운 시간이었다.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몸의 순리와 원리를 새삼 깨달게 된 것은 고통으로 산 값진 교훈이었다. 

한편 마음을 겨루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누가 마음을 잘 쓰나? 누가 마음을 잘 헤아리나? 누가 마음을 잘 베푸나? 이렇게 마음을 겨루는 일에도 우리 몸은 쉬지 않고 일한다. 주위의 형편을 눈여겨 바라보는 눈, 주변의 사정을 귀담아 듣는 귀, 이해와 화해의 마음을 전하는 입,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는 손과 발의 도움이 있었다. 나는 내 몸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나는 내 몸에게 어떤 주인인가 자문하며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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