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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이야기] 우리의 돈을 디지털 기술이 만지면 발생하는 현상들
백재현 기자  |  itbrian@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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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18  10: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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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단위의 분주한 거래, 단순한 실수로 인한 거액의 이익과 손실이 교차하는 곳이 바로 증권 거래시장이다. 이 시장에도 디지털 기술의 바람이 거세다. 하지만 누구에게는 순풍일 테지만 누구에게는 역풍이 된다.올 해 7월 초 한국거래소는 외국계 증권사 메릴린치에 대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메릴린치는 미국의 초대형 헤지펀드 그룹 시타델의 위탁 증권사다. 메릴린치가 알고리즘 고빈도거래(HFT:High-Frequency Trading)를 통해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430개 종목에 6220건이 넘는 허수성 주문을 수탁했다는 것이 거래소의 판단이다. 시타델은 코스닥 시장에서 80조원 규모의 거래를 일으켜서 투자자를 유인해 2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냈다는 것.

사실 증권시장에서 ‘인간’과 ‘기술‘간의 싸움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1986년 영국은 런던증권거래소의 플로어를 폐쇄하는 것으로 세계 증권시장 변화의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모든 호가와 체결정보가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표시되는데 물리적 공간인 플로어가 더 이상 필요치 않다고 판단 한 것이고 이 판단은 옳았다. 플로어에서 스크린으로의 대이동이 시작된 것. 주식 매매장소로서의 플로어가 스크린에게 자리를 내주는 데는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에는 ‘기술‘이 ’인간‘을 누르고 승리했다. 이후 세계 각국의 증권거래소들은 매매체결에 소요되는 소위 ’Latency’를 줄이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 알고리즘이 주식 매매에 끼어들면서 변화를 주도 하고 있다. 여기에 한 차원 더 진화한 것이 ‘고빈도거래’다.

하지만 ‘인간’들의 싸움에 ‘디지털 기술’이 끼어들면서 이 시장은 한층 복잡하고 때로는 위험 천만한 곳으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보자. 지난 2010년 5월 6일 다우지수는 거래 마감을 얼마 남기지 않은 오후 2시 42분부터 47분까지 불과 5분 만에 지수가 998.5 포인트나 폭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순간적으로 1조 달러 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이후 지수는 빠르게 회복했지만 결국 이날 347포인트 하락한 채 장을 마감 했다. 이 같은 주식의 급락을 Flash Crash(갑작스런 주식의 폭락)라고 부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사건 발생 5년 후 이 사건의 주범으로 개인투자자 나빈더 싱 사라오(Navinder Singh Sarao)가 체포되었는데 그는 자동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S&P500 선물시장에 허수 주문을 내고, 실제로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깜짝 놀란 세계 각국은 고빈도 거래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느꼈지만 대형 사건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있다.다른 사례를 보자. 2013년 4월 23일 오후 1시 7분 AP통신의 트위터는 백악관이 공격당해 오바마 대통령이 부상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24시간 한 순간도 뉴스를 놓치지 않고 지켜보도록 설계 돼 있는 주식거래 알고리즘들은 즉각 반응해 미친 듯이 주식을 팔기 시작했고 1분만에 150포인트가 빠져버렸다. 1360억달러가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말았다. 불과 3분 뒤인 오후 1시 10분 AP통신은 그 트윗이 해커들의 장난이었다고 밝혔고, 1시 13분 다우지수는 다시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첨단 디지털 기술들이 우리 돈을 만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2012년 스캘퍼(초단타 매매자)에게 알고리즘 매매가 가능하도록 주문속도개선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정당한 가에 대한 법적 분쟁이 벌어졌다. 일부 증권사들이 스캘퍼에게 ELW(Equity Linked Warrant:주식워런트증권) 거래를 위해 별도의 전용선을 제공하는 등 속도가 빠를 수 있는 조치를 취해 HTS(Home Trading System)를 사용하는 일반 투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었다. ELW는 특정 주식이나 주가지수와 연동해 미리 약정된 조건에 따라 주식을 매매하기 때문에 주문속도가 수익률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4년 1월 16일 12개 증권사 대표와 30여명의 임원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증권사와 스캘퍼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 변호사들은 수많은 거래를 분석해 일반투자자들이 손해볼 확률이 0.008%에 불과하고 또 거래 속도가 문제라면 증권사들 마다 회선 속도가 다른데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회사가 범법이 아니냐는 논리를 폈다. ELW 사건 이후 금융당국은 증권회사가 고객의 주문을 처리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건전화 방안을 발표 했지만 기술혁명으로 인해 진화하고 있는 시장 현실을 규제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 게다가 잦은 거래를 통해 증권사들에게 수익을 가져다 주는 스캘퍼들을 증권사들이 마다할 이유도 없다.어쩌면 공공연한 유착이라 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도 2014년 고빈도거래회사에게 특혜를 제공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쳤다며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거래소를 비롯해 대형 증권사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이 진행된 바 있다. 고빈도 거래회사의 서버를 증권사나 거래소 서버 곁에 두게 허락함으로써 거래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하는 혜택을 줬다는 것이다. 서버 간의 물리적 거리 즉 케이블의 길이가 조금이라도 짧은 쪽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2014년 10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장중 약 30bp 하락한 사건이나 2016년에 10월 미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가 6% 가량 급락한 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건이다. 백재현 기자 itbrian@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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