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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칼럼] 명절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leaders2400@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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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8  14: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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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향은 고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명절은 오랜 관습에 따라 이루어진 명일 또는 좋은 시절을 뜻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2019). 옛날에는 계절에 따라 가일(佳日) 또는 가절(佳節)이라 해서 좋은 날을 기념했는데 이것이 시간이 흘러 명절이 되었다. 대표적 명절로 정월 설날, 대보름, 이월 한식(寒食), 사월 초파일, 오월 단오(端午), 유월 유두(流頭), 칠월 백중(百中), 팔월 추석(秋夕), 십일월 동지(冬至)가 있다. 이 가운데 정월 설과 대보름, 팔월 추석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명절이 그 의미를 잃고 있다. 

삼대 명절 중에서도 가장 큰 명절은 풍요로운 수확기에 맞는 추석이다. 추석은 가배일(嘉俳日) 또는 가윗날로 불렸다. 신라 유리왕 때 7월 보름부터 왕녀를 대표로 성안 여자들이 둘로 나눠 삼 삼기를 한 성적으로 주식을 장만해 가무와 유희를 즐긴 것이 그 기원이다. 이후 햇곡식과 햇과일로 제사를 지내고 성묘하는 우리 민족의 축일로 자리를 잡았다. 추석의 대표적 유희로 씨름이 있으며, 지역에 따라 여자들은 달밤에 강강술래, 남자들은 거북놀이, 소놀이 등을 즐겼다.

조선시대와 대한제국 때까지만 해도 추석을 비롯해 거의 매달 명절이 있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우리 민속을 말살하고 훼손하여 설날, 추석 등 몇몇 명절만 이어져 내려오게 되었다. 일제의 영향 외에도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변화도 명절 축소의 원인이 되었다. 

또한 서구 문물의 보급과 기독교 문화의 확산에 따라 부활절,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와 같은 서양의 명절이 새로운 명절로 국내에 도입되면서 고유의 명절을 기념하는 일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점차 사라지고 있는 명절 가운데서 그 명맥을 잇고 있는 최후의 보루와 같은 명절이 추석이나 최근에는 그 존립과 계승을 장담하기 어려운 위기에 있다. 예전에는 추석하면 떠오르는 것이 보름달, 한복, 송편, 친족 상봉 등 훈훈하고 정겨운 느낌을 주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명절 전후로 접하는 각종 매체의 보도를 보면 명절 교통체증, 명절 증후군, 명절 후유증, 명절 스트레스, 명절 후 이혼 등 온통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내용으로 가득하고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 설 연휴에 한 일간지는 명절 증후군의 증상으로 손목 터널 증후군, 관절통, 소화불량, 근육통의 관리법을 소개했다. 다른 일간지는 명절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연휴 마지막 날 무너진 생체 리듬을 되찾는 완충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다른 일간지는 명절 직후 배우자나 본인에게 선물을 하겠다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사의 행간에 명절이 질병을 초래하고 생활 패턴을 흩트리며, 이를 견디게 하는 것은 물질적 보상이란 의미가 담겨있다.

이와 같은 접근이 명절을 잘 대처하게 하는 의도와 효과가 있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처방은 왜 명절을 기피하게 되고 왜 명절이 몸과 맘을 힘들게 하는지를 진단하는 데서 온다. 문제의 뿌리에는 여럿이 모였을 때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일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서로의 공로를 인정하고 감사하는 일에 둔감한 원시적인 문화가 있다. 공정하고 성숙한 소통과 책임의 규칙을 만들고 적용하는 일을 실천할 때 추석을 책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불행한 미래를 막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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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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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현경 2019-09-17 19:53:34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겸손의 덕이 풍성하길 기원해 봅니다~언제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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