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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leaders2400@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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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04  12: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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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향은
     고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몇 해 전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학술 발표를 하게 되었다. 미네소타는 과거 연구년을 보낸 곳이어서 가깝게 지내는 이들도 많았다. 공항으로 마중 나온 미국인 친구 부부의 첫 환영사는 내가 머무는 동안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말하면 본인들의 일정을 조정하겠다는 사려 깊은 제안이었다. 나는 답변으로 그들의 평소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를 물었다. 이때만 해도 이 질문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체험으로 이어질 줄 몰랐다.

  친구 부부는 수요일마다 한 기독교 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아를 위한 식량배급 봉사에 참가하고 있었다. 이들과 함께 봉사를 나갔다. 작업에 대한 안내를 받고 두건을 쓰고 손을 씻고 작업장으로 향했다. 한 테이블에 4인 1조씩 즉석에서 팀을 편성했다. 양식을 담도록 식량 주머니를 열고 붙잡고 있는 일, 주머니에 쌀, 콩가루, 말린 야채, 비타민을 담는 일, 계량해 정량을 맞추는 일, 밀봉 후 상자에 담는 일 등 단순하지만 조원간의 협동이 필요한 일이었다.

  봉사 기관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노란 스쿨버스가 가득 들어선 것을 보고 친구 부부가 왜 그리 아연실색했었는지 처음엔 몰랐다. 그러나 일을 시작하자마자 그 표정이 절로 이해되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자원봉사를 나와 우리의 조원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친구 부부는 이들이 귀여운 이웃집 꼬마는 될 수 있어도 함께 일하고픈 동료는 되기 어렵다는 것을 선행 경험을 통해 이미 터득한 터라 아이들의 등장에 그처럼 난감한 표정을 지었던 것이었다.

  막상 일을 시작하니 예상했던 것보다 정신이 없었다. 큰 소리로 떠드는 아이, 옆 사람과 장난치는 아이, 음악 소리에 노래를 부르는 아이, 멜로디에 장단 맞춰 춤추는 아이, 왔다 갔다 하는 아이, 맡은 일을 다른 일로 바꿔 달라 조르는 아이, 작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재료를 흘리고 쏟는 아이... 북새통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내가 간 날 이렇게 소란스런 아이들과 함께 하게 된 것이 짜증스러웠다. 피로감이 밀려들었고 시간은 더디게 흐르는 듯했다.

  내가 기대한 평화로운 봉사는 아니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능숙한 사람은 없고,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봉사를 체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며, 그 기회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자라듯 봉사하는 마음과 기술도 자라게 될 것이고, 봉사를 강요가 아닌 즐거움으로 경험한 아이들에게 봉사는 유익한 생활교육이 될 것이며, 훗날 자기 아이들의 손을 잡고 다시 봉사장으로 발길을 옮기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모든 것이 가능성으로 보였고 엉망진창인 작업 환경도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 최악의 작업 파트너도 예뻐 보였다.

  미국이 자원봉사 강국이 된 것은 어려서부터 자발적인 체험을 통해 봉사를 몸으로 익히게 한 민주 시민(democratic citizenship) 교육의 힘 때문임을 목격한 순간이었다. 귀국 후 이 경험을 대학의 교육과정에 반영했다. 자원봉사론 교과를 개설하고 이론 수업과 함께 봉사 현장을 찾아 실무적 경험을 체득케 하고 있다. 봉사는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손과 발,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준 난리법석 꼬마스승들 덕분이다. 봉사하는 삶, 그것은 성장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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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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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관현 2019-08-05 11:46:14

    저도 미네소타에 거주하였던 사람으로 수 많은 입양센터와 봉사단체에 관한 기억이 있네요. 무엇보다도 그 주민들이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아직도 선하게 기억합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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