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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쉿'<독자기고> 올리비아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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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25  15: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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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지도 교수님을 찾아 봬러 10여 년 만에 졸업한 학교를 다시 방문했다.

학교 계단을 오르던 중 갓 입학한 새내기로 보여지는 아주 앳된 피부를 가진 한 여학생이 같이 동행하던 또 다른 여학생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 

“개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고 바른 말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세상이 공평해지는 거야.”

우연히 내 귀를 스친 저 한 마디를 들은 순간 섬광 같은 빛이 번뜩이며 온 몸엔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일찍이도 저리 멋진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30여 년 인생이 잠시 너무 부끄러울 정도였다. 

몇 개월 전 친구가 다니고 있는 직장에 새로운 대표가 파견되어 왔다고 한다.  대표는 지천명을 갓 넘긴 나이지만 그에겐 아직 굳센 열정과 열의가 가득해 보인다는 게 친구의 시선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것. 넘치는 열정이 때로는 욕망이 되어 욕심이라는 눈가리개를 씌워 시선을 가둔 채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질주하게 만든다. 친구의 시각을 빌려 바라 본 그 대표와 같이 말이다.

마필의 눈가리개는 ‘어떠한 역경에도 아랑곳하지 말라’는 어시스턴스적 색깔이 짙다. 어떠한 반론과 비판에도 추진력을 잃지 말라는 절대적인 보호막이 아니다.  지금 막 눈가리개를 착용하고 발주기에서 경주를 대기하고 있는 대표는 관중석에 있는 친구와 그녀의 동료들은 쳐다도 보지 않고 있는 듯했다. 

그가 관중석에 동료들이 염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갖고 관람을 위해 착석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있을 것임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여기서 나는 몇 달 전 학교 계단에서 스친 여학생의 현명한 한 마디에 “자신과 다름을 개소리로 치부해버릴 것이 아니라, 반론도 존중하고 접점을 찾아 나가야지”라고 덧붙이고 싶다. 

보물섬만 바라보며 뛸 준비를 하느라 너무 많은 것을 지나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결국 황금 근처에도 못 가는 게 아닐까 친구의 우려가 깊은 밤이다.

달라이 라마는 “때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 굉장한 행운이라는 것을 기억하라”고 했다. 친구는 그가 라마가 뜻하는 행운을 얻길 원하진 않는다. 열정적 자아도취에 사로잡힌 그의 위시는 가시적인 성과일 터이고, 이는 곧 조직적 측면에선 사업의 실패일테니 말이다.  

그러나 친구는 대표가 지금이라도 관중석에 앉아 있는 동료들을 향해 스스로 고개를 살짝 돌려보길 바라는 듯했다.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어떤 아우성을 치고 있는지, 플래카드엔 어떤 글귀가 쓰여 있는지 그가 스스로 고개를 돌려볼 의향이 있다면 라마의 ‘때로는’에 따르는 행복보다 어쩌면 더 가치 있는 행운이 따를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리더의 덕목은 개소리에도 경청할 때 비로소 빛을 바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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