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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의 부산 인사이트: 5년짜리 참주제] "5년 임기 한계 고려 안 해 정책 혼선"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leaders2400@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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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24  19: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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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 (전 부산발전연구원장)
 
서구·아시아 등 모든 국가 정치제도
큰 틀은 참주정·왕정으로 나뉘어
지지자 투표에 리더 오르는 참주
법률 만들거나 교묘히 훼손 가능
법 이용해 권력 획득, 책임은 분산
현재 5년단임제 기본법 갖춘 한국
제한된 기간 새로운 정책에 몰두

 
 
 
지금은 거의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실은 2018년 3월에 현 대통령이 국회에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것이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임기를 7년 단임제에서 5년 단임제로 한 1987년 개헌안에 의해 만들어졌다. 문재인정부의 개헌안은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제로 하였다. 소위 문민정부가 진행되는 동안 국회에서 헌법 개정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고, 실제 개헌안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개헌논의를 주장했다가 당일 오후 태블릿 PC 보도로 논의 자체가 증발되었다.

 1987년 헌법을 시행한 이후 절차상 민주주의는 확립되었지만 실질적 민주주의를 하기에는 미흡한 부분들이 많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 개헌론자들의 주요 골자였다. 그러나 그 어떤 개헌 주장도 대통령 권한을 엄청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사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헌법상 줄이나 줄이지 않으나 실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헌법은 국가운영을 위한 기본법이다. 고대부터 법은 매우 중요하고 귀중한 실체였다. 왜냐하면 하늘의 뜻이며, 백성의 뜻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마저 논어의 '술이'편에서 자신은 '시'나 '춘추'를 편찬했을 뿐이지 만들지는 않았다고 언급한다. 만드는 것은 왕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가를 운영하는 질서인 법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국가가 형성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법은 지배자와 피지배자 모두에게 멀어져 갔다.
 
◇ 국가 구성 지배자·피지배자, 필요 의한 존속
 왜 국가가 만들어졌고, 정치지도자의 권한에 대해 많은 논의들이 있게 된 시발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에 있다고 학자들은 생각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정치공동체 문제를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가족부터 출발한다. 인간이 생명체인 이상 생명체의 가장 본능적 욕구인 생식, 즉 종의 번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사회에서 종의 번식을 위한 사회제도로써 가족이 존재한다. 이는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자연적인 것, 즉 본능에 따른 것으로,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집단이 만들어지는 논리로서 '자연적으로 지배적인 요소'와 '자연적으로 피지배적인 요소'의 결합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양자의 존속에 다 같이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배자를 주인, 피지배자를 노예라 칭했는데, 이는 당시 고대사회의 경험을 뒷받침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지금 사회에서는 크게 둘로 나뉘어 전통에 의해 혹은 힘으로 왕의 지위를 누리고, 백성들은 피지배자로 존속하는 경우와 다른 하나는 투표에 의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경우인데, 형식적으로는 주인(국민)과 대리인(지도자)의 관계를 상정하고는 있지만 실제는 지배(지도자)와 피지배(국민)의 관계를 형성한다. 즉 선출행위가 끝나면 피지배자가 되기 때문이다. 깊이 생각해야 할 점은 지도자를 결정하는 정치적 행위가 자연적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점이다. 가족에서 출발한 인간의 집단화 과정은 반드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보았기 때문에 자연적이라는 것이다. 만들어지는 상황에 대응해서 인간 스스로 그렇게 적응해 간다는 것이다.

◇ 무지배 개념 고개… 집단 형성, 권력의 기원
 바로 이 점에 반하는 참 엉뚱한 철학자가 한명이 있다. 일본평론가이자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이 그 사람인데, 그는 고대 그리스 문명의 발상지인 소아시아(지금의 터키)의 에게 해 부근 이오니아 식민도시들에서 형성된 무지배 개념(자유와 평등이 동시에 작용한 사회)인 '이소노미아'가 다시 한번 세상에 적용될 수 있는가를 고민한 사람이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있었고, 일본에서 4월부터 대규모 데모가 일어났다. 그때 고진도 데모에 참여하면서 '왜 소크라테스가 시민집회(시민권자인 남자만 참여하여 각종 안건들을 처리하는 제도, 흔히 민회로 알려 짐)에 가지 않고 각종 사람들이 모여서 다양한 행위들이 일어나는 아고라(광장)에 갔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수렵채집시대의 유목민의 자유로운 이동성, 즉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어디로든 갈 수 있었던 선사시대의 기억이 이오니아에서 잠깐 발현된 것에 착안하여 현재의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대안은 없는가를 고민한 것이 그의 책 '철학의 기원'이다.

 기원전 4~5000년 전에 아주 소수의 가족집단이 먹이를 찾아 헤매던 시절이 있었지만, 점차 기후와 토양 그리고 해안에 따라 다양한 규모로 인간사회가 재편되기 시작하면서 수렵채취는 서서히 사라졌다. 가족 단위로서는 생식기능은 가능하지만 안전과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는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가능해 줄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과정에서 타 가족들과 분별(비교분석)하면서 가까이 생활하기 시작한 것이다.

 씨족이니 부족이니 하는 집단의 형성은 인간 의식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자연스런 것은 아니다. 인위적이라는 것은 인간의 행위가 개입함을 의미한다. 즉 작위가 선행하며, 결과의 좋고 나쁨도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스스로 자각을 하고 뭔가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러한 힘(권력)의 발명이 제도의 기원이다. 이후 집단은 점차로 규모가 확대하면서 일정한 사람이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일정한 결정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 지배-피지배 자연적 인식, 틀 잡힌 정치제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지배적인 요소와 피지배적인 요소의 결합이 양자의 존속에 다 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훗날 사회학에서 집단형성의 기초조건인 권력-의존관계를 바탕으로 집단은 지배와 피지배가 동시적으로 존재해야만 가능함을 의미한다. 다양한 형태의 지배-피지배관계로 점철된 인류 역사는 수천 년 동안 진행되어왔기 때문에 어쩌면 인간의 유전자 속에 각인되어 지배-피지배관계는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으로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국가는 최선을 실현하며 따라서 자연적이다. 그리고 사람은 본질적으로 국가에서 살도록 되어 있는 동물'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한다. 그는 최선의 자연 상태인 국가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지배-피지배관계를 바탕으로 당시의 이론적, 실체적 형태로 제시된 군주제, 과두제와 민주제를 분석했었다.

 그렇지만 나는 서구든 아시아든, 남미나 아프리카든 채택하고 있는 정치제도가 무엇이든 간에 참주제와 왕정 둘로 나누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여기서 참주란 스스로 왕을 칭하는 자라는 뜻이 아니라, 지배자로서 법률을 만들거나 기존 법령을 교묘하게 훼손시킬 수 있으며, 투표권자의 지지를 얻거나 혹은 교묘히 선동하여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려고 하는 자를 말하는 것이다. 대통령, 수상, 주석, 위원장, 서기장 등등의 이름은 실질적인 의미에서 참주에 다름 아니다.
 
◇ 모든 국가 정치체제, 왕정·참주정 나뉜다
 정치체제가 지배-피지배를 바탕으로 과두, 귀족, 참주, 왕, 민주 형태로 진행되어 왔지만 실질적으로는 왕정과 참주정 두 개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특출한 인물이 일정 지역을 강제로 차지하고 지배하면 왕이고, 세습시키면 왕조가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왕이 대리인을 파견하거나, 혹은 리더로 선출되는 경우 기간이 정해져 있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참주로 보아야 한다.

 고대 아테네의 경우, 기원전 594년 솔론의 개혁에서 시작하여, 중간에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429년 페리클레스가 세상을 떠나기까지 아테네의 전성기는 지배자들이 모두가 자기집단 이익을 중시했지만 결과적으로 아테네 발전에 기여한 정책들로 인해 이루어졌다. 특히 그리스 민주정치의 꽃을 피웠다고 하는 페리클레스를 시오노 나나미는 그리스인 이야기(I)에서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이토록 귀족적이고, 이토록 비민주적인 남자 덕분에 아테네 민주정치는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실현된 일이 없을 만큼 원활하게 작동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에서 언급된 '국가는 완전히 성숙하고 나면 좋은 생활을 위하여 존재하며, 국가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결사들의 완성이므로 모든 국가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표현은 향후 수많은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들과 지식인들을 매료시켰다. 즉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함으로써 자신의 꿈을 키우게 만들었다. 좋은 생활에 대한 해석이 자신의 정치목적이 되었으며, 투쟁의 결과로 권력을 획득하게 되면 법을 이용하여 그들은 참주가 되거나 그에게 지적으로 아부하는 신하가 되었다.

 고대 아테네의 데모크라시의 개념은 '국정 방향을 시민(데모스)의 손에 맡긴다'가 아니라 '국정 방향은 엘리트들이 생각해서 제안하고 시민에게 그 찬반을 맡긴다'이다. 이 개념은 투표를 하든, 추첨을 하든 그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신의 뜻으로 돌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행위에 대해 책임질 사람이 없음을 말한다. 책임의 분산 혹은 실종이 지배-피지배 관계만 존재하는 정치행위의 본질 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고대국가가 망하면 그 백성들은 나라가 믿었던 신들도 함께 버렸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다. 아울러 아테네시민들은 페리클레스를 공금악용죄를 씌워 탄핵하고 지도자 지위를 박탈했다는 역사적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 5년 단임제 현실성 반영하는 자세 필요
 문민정부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김영삼 정부가 과거 개발국가 체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은 당연하다. 열린 국가체제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은 OECD 가입과 함께 세계화를 위한 금융체제의 개편 노력으로 이루어졌으나 한국은행법 개정 등 금융개혁의 무산으로 좌절되었다. 고용유연화정책도 법 개정 절차를 무시함으로써 법은 통과되었으나 노동계의 엄청난 반발로 임기 중 실시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박정희 정부부터 시작되어온 과거 국가체제를 벗어나려는 노력을 했지만 결과는 새로운 비전을 가진 국가체제의 정립이 아니라 IMF 관리체제였다.

 김영삼 전대통령의 신경제5개년계획 특별담화문 내용을 살펴보면 '신한국창조'를 위한 강한 의지가 담겨있음을 볼 수 있다. 문제의식도 명확하고 해법도 바람직한데 왜 실패했을까? 문제는 대통령 임기는 5년 단임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마치 모든 일을 내가 다 할 수 있다는 과욕과 환상에 잠겨있었기 때문이다.

 5년 단임이지만 대통령들의 머릿속에는 마치 임기가 박정희 전대통령 재임기간인 18년으로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자문을 하는 정책전문가들이나 자문교수들도 비슷한 우를 계속 범하고 있다. 따라서 5년이라는 제한된 기간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새로이 진행하려는 의욕을 중시하게 되고, 법령에 의해 마련된 이전의 정책들이 임기 중 계속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마치 모든 것을 새로이 하는 것처럼 착각을 하고 새로운 것에 에너지를 소진함에 따라 기존의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 새로운 정책과 결합되거나 경합을 함으로써 계속 정책혼선을 가져오게 했다. 5년 단임의 새로운 대통령이 등장할 때마다 국가방향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보다는 상황을 더욱더 악화시켜온 것이다.

 김영삼 정부 이후 모든 문민대통령들은 18년짜리 참주인 박정희 전대통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혹은 스스로 그 이상이라는 꿈에 의해 법과 제도와 관습을 무시하거나, 주어진 권한을 확대 해석함으로써 국정 자체를 혼란 상태로 몰아넣었음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헌법규정과는 달리 한국 민주정의 산물인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나쁜 형태의 참주로 변질되어 교묘하게 숨겨놓은 '자신과 집단이익'만 추구할 뿐 이들 노력이 사회적 선순환을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질도 자연스러운 것이며, 최선이라는 국가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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