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왼쪽
오른쪽
  • UPDATE : 2019.11.18 월 15:35
> 기획/연재 > 칼럼/기고
오래된 연인을 버릴 때
일간리더스경제신문  |  webmaster@leaders.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신고하기
승인 2014.04.16  22:48:55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미투데이 트위터
   
김행범  부산대학교 교수

대통령이 주도하는 규제 개혁은 경제 활성화와 창조 경제로 이어지는 수단으로 볼 수도 있고 혹은 국민에게 생활규제 개선의 기대를 높여 선거를 앞둔 시점의 정치적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규제 개혁(완화, 철폐, 개선)의 고조된 논의 및 후속 정부 조치들을 감안하면 통해 이제 정부규제 개혁은 국정의 핵심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정권마다 규제개혁론이 나오면 당장 따라오는 반론들이 있다. 이것들을 극복하지 못하면 규제개혁은 한 때의 유행가로 끝날 것이다.

첫째, 규제개혁에 대한 찬부를 떠나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규제에 대한 정확한 의미이다. 본래 규제(regulation)란 정부가 개인의 행위에 금지나 제한을 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규제개혁 논의에서 개혁 대상으로 삼는 규제란 모든 금지 및 제한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경찰이 절도를 규제해야 하며, 교통 법규를 통해 여러 규제를 가하고, 국방을 위해 개인의 시간과 신체를 징발한다. 무정부주의자가 아닌 한 자유주의자들조차 당연히 인정하며 오히려 이를 환영한다.

정부가 안보나 치안 유지를 위한 규제를 가함은 필수적이며 그것은 아마도 정부규제 중 유일하게 정당성을 부여받을만한 것이다.

규제개혁 논의의 대상이 되는 규제란 모든 규제가 아니라 “시장(market)에 대한 금지나 제한”을 개선하자는 것이며 달리 보면 자생적 경제 질서에 대한 간섭만을 의미한다. 정부규제 개혁이 치안 및 국방과 같은 기본 역할까지 부인함이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국가의 근본을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함은 규제개혁의 본질을 완전히 호도하는 것이다.

 둘째, 규제를 시장 경제에 간섭만으로 초점을 좁히더라도 여전히 찬반의 논의는 지속되는데 강력한 반대 논리의 하나는 바로 경제에 대한 규제 중 좋은 것만은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좋은 규제-나쁜 규제 구별론”이다. 이에 해당되는 구호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나 한겨레신문으로부터 나왔다. 좋은 규제는 살리고 나쁜 규제만 없애야 한다는 그야말로 자명한 동어반복이다. 그러나 좋고 나쁨을 누가 어떻게 판단하는가? 민간의 경제 자유를 옥죄는 모든 규제가 처음 탄생할 때에 좋은 목표를 표방하지 않은 것이 없다. 더 나아가, 규제의 좋고 나쁨을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주체가 누구였던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셋째, 규제 철폐 반대 논리로 활용되는 또 다른 주장은 규제를 경제규제와 사회규제로 어색하게 구분하는 “경제규제-사회규제 구별론”이다. 전자의 예로 진입규제를, 후자의 예로 환경규제를 드는 것이 보통이다. 이 경제규제-사회규제 구별론은 적어도 ‘사회규제’는 공익에 부합되므로 굳이 철폐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직결하기 쉽다. 그러나 현재 집중 조명된 규제가 입지, 환경, 노동 규제인데 이들은 다 사회규제의 외관을 띠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경제규제-사회규제의 어느 것이든 실제로 개인의 창의와 자유를 속박하고 불편과 비효율을 야기하는 것을 다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규제 권한 축소를 우려하는 정부 관료측의 실제적 반발이 으레 있기 마련이고 그것이 경제규제의 핵심 부서인 공정위원회로부터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노대래 공정위원장 의 “규범-규제 구별론”에 의하면, 공정위의 규범들은 규제(regulation)가 아니라 ‘규범(rules)’이므로 이것들은 개혁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규제 이론 어디에도 없는 기이한 논리이다. 규제 철폐의 본질은 법률형식이든 다른 형식이든 과도한 제한과 금지를 풀어서 개인에게 자유를 주자는 것이다. 영어 사전의 regulation의 뜻도 정확히 보여 줄 필요가 있다. “규제는 규범 작용이 아닌 것”으로 보는 것은 순전히 자의적 해석이다. 규제란 시장 경제에 대한 금지나 제한이며, 그게 법률 형식, 그 시행령, 하위 관료의 재량, 비공식적 행정 관행 등에 의거하는가? 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구제 개혁이 자잘한 생활규제들이나 줄이자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규제 부처들은 시행령 및 집행 규칙에 의한 규제는 물론이고 필요하면 그 상위의 법규범들을 폐지하거나 바꾸어서라도 규제개혁에 앞장서야 하는 것이다.

정부기능의 가장 큰 부분은 규제였으며 “규제 없으면 공무원이 무슨 재미”라는 말은 나쁜 공직자들에게 중독과 더불어 딴에는 일종의 자부심의 표현이기도 했다. 이 기능을 대폭 줄이자는 것이 규제개혁의 본질이다. 그 때문에 규제개혁은 필연적으로 ‘작은 정부론’과 연결되는 것이다. 또 바로 그 때문에 규제개혁 최대의 위협은 규제권한을 지닌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정부규제 개혁이 무질서가 아니라 시장의 역동과 개인의 창의로 이어지고 그것들이 이제 한계생산성이 영에 도달한 정부규제를 대체할 것이라는 신뢰가 필요하다. 과거의 규제를 붙잡을 경우 우리 사회의 미래는 뻔하다. 규제를 먹고 사는 사람이 적어질수록 좋고, 해묵은 나쁜 버릇과 진부해진 연인은 빨리 버릴수록 좋다. 여러 정권들에게서 매번 속았던 규제개혁에 다시 희망을 가져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관련기사]

일간리더스경제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신고하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미투데이 트위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중앙대로 594 |  대표전화 : 051-996-2400  |  팩스 : 051-996-2408  |  등록번호 : 부산 가 00020  |  발행·편집인 : 백재현
등록번호 : 아00219 |  등록일자 : 2015년 2월 06일 |  청소년 보호책임자 : 백재현
Copyright © 2014 일간리더스경제신문. All rights reserved.